 |
 |
|
ⓒ 의령신문 |
| 흔히 정년까지 일하는 시기를 인생 1막, 은퇴 이후의 시기를 2막이라고 표현합니다. 제 인생 1막은 회사와 현장에서의 삶이었고, 이것이 인생의 전부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로 서예를 접해 인생 2막을 열 수 있었고, 그 서사를 이 글에 담고자 합니다.
저(부림초 28회.신반중 7회.사진)는 1941년 경남 의령군 신반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성인이 된 이후 1969년 2월에 삼성 제일모직으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경산공장의 건설요원으로 발령받아 전기 가설공사, 기계 전기공사를 수행하게 되었으나 전기 작업에 관한 기초 실력이 없는 상태로 일을 시작하다 보니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그리하여 회사 선배로부터 관련 서적을 빌려 불철주야로 전기공사 이론을 공부하였고, 현장에서는 발로 뛰며 실무를 익혔습니다.
나름대로 맡은 직무를 완수할 수 있는 실력이 갖추어졌다고 생각하던 때, 구미에 섬유공장과 필름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앞선 노력 덕분에 그 건설요원으로 선발될 수 있었고 공장 준공 후 공무팀에서 전력과장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구미 제일합섬 사우회 회장을 역임할 때 기숙사 사감으로 근무하시던 정곡면 출신의 이석삼 씨를 만나게 되었고, 저는 이 만남을 계기로 작은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회사 사원들이 사용하던 기숙사의 지하실은 빈 공간으로 방치되어 있었기에, 저는 사감께 부탁을 하여 지하실을 서예실로 바꾸어 나갔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서예실은 회사 사원들이 여유시간에 항시 사용할 수 있었으며, 저 또한 이때 서예를 접해 취미로 삼게 되었습니다. 근무 시간에는 일을 하고, 여가 시간에 서예를 하며 회사 생활을 하던 중, 정년으로 27년간의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며 퇴직하게 되었습니다. 퇴직 후에도 서예 전문학원에 등록하여 공부를 이어갔고, 서예를 통해 인생의 두 번째 막을 열어갈 실력을 갖추어 나갔습니다.
학원에서 공부하며 서예인(書藝人)으로서 매진하던 때, 대구 중앙 도서관 ‘금빛봉사단’단원으로 참여할 기회를 얻으며 연 100시간 이상의 봉사활동과 후학들을 위한 서예 및 문인화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꾸준한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4대 국전(國展)인 한국서도대전에서 초대작가로 등단하였고, 이 덕에 서예 및 문인화 심사위원 등 대구시의 각 단체(8개 단체)에 초대작가로 추대될 수 있었습니다. 초대작가로 추대되고서 저는 감사한 마음으로 서예를 더욱 널리 알리기로 다짐하였습니다.
2024년 부림초 대동동창회 당시 4자성어 작품 100점과 대형작품 1점을 제작하였고, 이를 후배들에게 배부하여 붓글씨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의 보답인건지, 올해 감사하게도 대구서도대전 초대작가상을 수상하게 되었으니, 이제는 스스로 ‘작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편적으로 인생 1막에서 ‘나 자신’은 돈을 벌어 가족을 성장시키는 근로자입니다. 그러나 2막에서의 ‘나’는 마음의 양식을 얻어 나를 성장시키는 도전가입니다. 저는 인생 2막을 앞둔 분들에게 “우연한 기회를 잘 잡고 도전을 무서워하지 마십시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우연한 기회로 서예를 접해 인생의 두 번째 막을 열 수 있었던 것처럼, 많은 분들이 인생 2막을 열고 ‘나 자신’을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