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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령신문 |
| 의령군의회가 출범된 지 어언 서른세 해가 된다.
시·읍·면의회와 도의회로 구분되었던 지방의회가 시·군·구 기초의회와 특별시·광역시·도 등의 광역의회로 나뉘어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고자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부푼 기대와 희망을 안고 출발하였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다.
공자(孔子)는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서 사람 나이 30세면 이립(而立)이라 했는데, 사람 나이로 서른 살이 넘은 의령군의회는 제자리를 찾아 바로 서서 가고 있는지 묻게 된다.
무릇 지방의회가 다 그렇지만, 의령군의회 역시 군민들의 대의기관으로서 군의 지방자치 현장에서 군민과 함께 호흡하며 군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군의 발전을 도모하여야 할 소임을 띠고 있다.
집행기관인 군수(郡守)가 군정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군의 지역 발전과 군민들의 복지 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지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이 그 본래의 임무임을 모르는 사람이 지금은 없다. 자치단체장인 군수와 기관 독립의 대립적 관계에서 견제를 해야 하지만, 상호 균형과 존중의 원리에 입각하여 처신하여야 한다.
그런데 최근 보이고 있는 의령군의회의 행태는 어떤가? 군민들의 복지와 군의 지역 발전에 직결되는 추경안을 연거푸 내팽개치고, 군수를 비방하는 스티커로 군의회 청사를 도배하고, 행정사무 감사에서는 군수가 퇴장했다고 하루 종일 정회를 하고, 군의원이란 자들은 승용차 뒷면 유리에 군수 비방 스티커를 부착하고 돌아다니는가 하면 추경안 삭감 반대 군민들과 길거리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군의원으로서 지켜야 할 금도(襟度)를 한참 넘은 것이다. 이래 놓고 지방선거에 또 나와서 표를 달라고 할 것인가?
그러잖아도 우리나라 기초의회에 대한 불신과 비난이 온 나라에 비등하여 왔다. 기초의회가 지역 정치인들의 이권 도구가 된 지 이미 오래지만, 여야간 의장 자리다툼으로 1년 반이나 휴업 상태인 곳에다, 자기들 마음대로 의정비를 올렸다가 주민감사 청구로 환수된 곳도 한두 곳 아니었고, 특히 성남시의회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행정조사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기초의회들이 이 모양인데도 기초의원들은 올해에도 해외로 관광성 외유로 엄청난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지난해 1년 새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의 15%가 지방의회 의원들의 부정부패를 경험하였다고 한다. 기초의회가 지역 토착 도적들의 소굴로 전락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다행히 의령군의회에서는 타 기초의회들과는 달리 올해도 외유 관광을 나가지 않는다. 군민이나 향우들은 그래도 의령군의회 의원들은 그나마 염치가 있고 분수도 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열정과 기백으로 약화되고 있는 군세(郡勢)를 되살릴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최근의 군의회 의장과 의원들의 행태는 군민들과 향우들의 이런 기대를 한순간에 짓밟은 추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짓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행하면서도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자는 어느 군의원의 자유발언은 읽기에도 낮 간지럽다.
의령군이 최근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구 감소로 지역소멸 1위이고 지역경제도 날로 위축되어 가고 있다. 군정을 진두지휘하는 군수도 형사재판을 받고 있어 자칫 군정이 뒤흔들릴 수 있는 누란(累卵)의 위기상태에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군의회 의장과 의원들이 서로 힘을 모아 군정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나아가도록 중심을 잡도록 해야 한다.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군수에 대해 헌법은 형의 최종 확정 전까지는 무죄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확정 판결을 받지 않은 군수를 온 곳에 스티커를 붙여 비방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군정이 차질 없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할까 관민(官民)의 지혜를 모으고 군내 역량을 결집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군의회는 후반기 의장단을 구성한다. 후반기 군의회 의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균형 감각 있는 의장과 부의장, 위원장을 선출하고 심기일전하여 참신한 의정(議政)을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군의원이랍시고 좁은 군내에서 터줏대감이라도 되는 양 안하무인으로 설치고 다녀 군민들과 향우들로부터 소인배라는 조롱과 비난을 받는다면 군의원 개인으로서도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부끄러운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는 언제 어디서나 군민들과 향우들에게 나서기가 부끄럽지 않은 당당하고 명예로운 지역 일꾼들이 되기를 간절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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