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지 복잡하지 않지 진짜 맛은… ”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0년 03월 13일
“깊지 복잡하지 않지 진짜 맛은… ”
의령 출신 김영화 시인 공동시집 ‘양파집’ 펴내
운동화 빨래방 앞/ 검붉은 연잎 가득 핀 얼굴/ 따가운 가을볕에/ 늦물 자두가 시들고/ 펼친 노점에 덜 자란 사과가 맥없이/ 소쿠리에서 지쳐가는 사이/ 여자는 연신 땀을 훔치고/ 땅바닥을 모로 보는데/ 나는 녹두 반 되를 손에 쥐고 가다/ 덥석 못난이 사과 한 봉지 받아든다 <김영화 시 ‘시장, 살이’ 전문> 지난 9일 기자에게 우편물이 하나 왔다. 시집이었다.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아마도 의령과 관련 있고 주위에 알려달라는 뜻이리라고 지레짐작했다. 빗나가지 않았다. 의령 출신 김영화 시인을 비롯하여 6명의 공동시집 ‘양파집’<펴낸 곳 도서출판 ‘시와 시학’>이었다. 이 공동시집에는 ‘정암교의 봄’, ‘아버지와 노계’ 등 김영화의 시 20편이 실렸다. 시 ‘시장, 살이’에 대해 박태일(시인·경남대 명예교수)은 작품 해설에서 “과일 노점은 둘레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주인 ‘여자’는 세상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사시였던가 보다. 그런 눈길로 ‘연신’ 시장 ‘바닥을 모로’ 보며 살아왔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그러한 사시의 운명을 지고이고 왔을 것이다. ‘녹두 반 되’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던 시인이 굳이 그녀의 ‘못난이 사과 한 봉지’를 더 사는 불편을 쥐는 마음은 무엇일까. 그녀가 겪어 온 아픔에는 아무런 위로도 되지 못할 게 뻔한 연민. 다른 목숨을 향한 예의와 배려”라고 했다. 둘레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 아무런 위로도 되지 못할 뻔한 연민, 그럼에도 다른 목숨을 향한 예의와 배려. 이것이 김영화 시인을 잘 드러내는 모습이리라. 이러한 자세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의 다른 시 ‘아버지와 노계’를 보자. 닭은 질겨야 돼/ 의령 장바닥을 뒤져 사오셨네/ 질기다는 것은 늙었다는 것/ 비도 바람도 맞아야 질겨지지/ 그래야 감칠맛이 나지// 나무 도마에 무쇠 칼로 잘게 다져/ 마늘 조선간장 땡초에 고춧가루만 풀어도/ 깊지 복잡하지 않지 진짜 맛은/ 늙는다는 것은 노회하지 않는 것/ 단순해도 깊은 것은 감출 수 없지// 수를 누리지 못한 닭은/ 늙은 닭은/ 이제 없다네/ 나도 아버지도 <김영화 시 ‘아버지와 노계’ 전문> 깊지 복잡하지 않지 진짜 맛은, 늙는다는 것은 노회하지 않는 것, 단순해도 깊은 것은 감출 수 없지. 그렇지. 아무런 위로도 되지 못할 뻔한 연민이라는 ‘현실’을 알면서도 깊지 복잡하지 않게 다른 목숨으로 향하는 예의와 배려의 시선이 ‘단순해도 감출 수 없는 깊은 감칠맛’이리라. 유종철 기자 |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 입력 : 2020년 0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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