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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은 언제인가

박 재 호 (전 군민신문 회장)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5년 12월 17일

독서의 계절은 언제인가


 












박 재 호
박 재 호
(전 군민신문 회장)


 


학문 연구와 인격도야의 가장 초보적인 접근방법은 책을 읽는데 있고 책 읽는 일은 사시사철 하루도 거르지 말아야할 일생의 과업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독서는 한가롭고 여유가 있어서 심신이 안정되고 집중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뜻으로 겨울과 밤과 비 올 때 하는 것이 좋다讀書三餘라는 옛 말이 있기도 하건만 사람들은 왜 굳이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것이며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마도 씨뿌리기에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봄철과 더위에 지쳐 집중력이 떨어지는 여름을 지나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감돌 무렵부터 등불 밑에서 글 읽기가 좋다新凉燈火라는 옛 말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산업화 이전 농경시대에는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글을 읽는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일이 더러 있었지만 대개 가을걷이를 마치고 나면 이듬해 봄 논·밭둑에 가래질을 시작하는 청명(45일경)에 이르기까지 주야장천 놀고먹는 기나긴 농한기를 거치게 되었으므로, 학인들이 책을 멀리 할 것을 경계하여 농한기가 시작되는 가을을 독서의 계절또는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로 이름 짓고 독서(공부)를 권장한데서 나온 말일 것으로 이해된다.


독서는 스승의 가르침이 없어도 통달할 수 있다無師自通.’라는 말처럼 학문탐구와 인격도야를 위한 기장 기초적인 학습방편으로서 늘 깨어서 자신을 의식케 하고, 대상을 바르게 인식하여 세상살이를 의식·통달함으로써 인격과 품성을 갈고닦아 세상의 큰 별이 된 사람들을 동서고금에서 수월찮게 만날 수 있다.


게티즈버그 연설(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로 유명한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미국 서부 변방 개척지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계모 슬하에 자랐으므로 정식 교육을 받은 것은 여러 명의 순회교사로부터 약 18개월 동안 수업을 받은 것이 전부였다.


그는 배움이 없었으나 말을 재미있게 잘 하는 이야기꾼 아버지 토머스 링컨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설을 배웠고, 스스로 공부하고 열심히 책을 읽어(독학 하여) 후일 변호사가 되었으며, 일리노이 주 의원이 되었고, 하원의원을 거쳐 훌륭한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남북전쟁 승리 축하파티에서 나는 지금 두 사람의 여성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한 분은 나에게 책 읽기의 습관을 붙여주신 나의 계모 어머니시고, 또 한 분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 엉클톰스 캘빈을 써서 나에게 흑인의 슬픔을 일깨워 주신 스토우 부인이십니다.”라고 연설했다. 그가 훌륭한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릴 때부터 습관화 돼온 독서가 결정적인 자양분이 되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나라 차윤(車胤)이라는 가난한 선비는 등불마저 켤 처지가 못 되어 반딧불을 모아 그 빛으로, 손강(孫康)은 눈빛으로 책을 읽어 후일 큰 벼슬을 했다고 해서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성어(成語)를 남겼다. 반딧불은 무더운 여름을, 눈빛은 엄동설한을 의미하고 있어서 사시사철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手不釋卷’, ‘책을 읽음으로써 옛 현인(賢人)과 벗해야讀書尙友지적, 정서적, 도덕적 소양이 깊이 함양되므로 가난한 것을 달게 여기고 글 읽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한다固窮讀書라는 뜻을 담아 독서의 계절이 따로 없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1978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당선 된 만다라라는 중편소설의 작가 김성동은 매우 특이하게도 학력 란에 별무라고 썼었다. 학력을 별무라고 쓴 사람이 그와 같은 당선작의 소설을 내놓았다면 타고난 재간이 있어서였겠지만 틀림없이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일 것이라 짐작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성운당(聖雲堂) 지효(智曉)스님으로부터 십계(十戒)를 받고 수행하던 중 환속한 작가였다.


스님들의 공부는 강원이나 승가대학에서 경전 강론을 듣기도 하지만 공부하다 죽어라라고 하신 혜암(慧菴)스님(조계종 10대 종정)의 말씀처럼 거의가 잠을 설치며 경전을 읽고, 외는 독서와 참선을 통해 부처님의 지혜를 탐구하여 스스로 깨우치는 공부가 주된 수행의 모습이다 보니, 학력이 별무라도 그 특출한 어휘들로 허구를 사실처럼 구성하여 자전적 소설 만다라를 내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이 독서는 학력을 별무로 밖에 쓸 수 없거나, 출중한 개인적 소양과 인품을 겸비하고도 시대적 사회 환경의 부조화나 부모형제, 처자 등의 증상연(增上緣)이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여 홀로 서기가 막막한 처지의 사람도 운명을 극복하는 인성함양의 길을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었으니 불우한 환경을 극복한 그들의 삶을 우러러 보아야할 것이다. 인간성이 메마른 암기식 지식만 잔뜩 쌓은 유수한 정규학벌이나 화려한 스펙을 쌓는 것만이 세상을 밝히는 인성 자원이 되는 것은 아니더라는 말이다.


근대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카르트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뛰어난 스승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한다男兒須讀五車書라는 옛 말을 좇아 만권독파(萬卷讀破; 일만 권이나 되는 책을 다 읽는다)하며 우리 의식의 빈 곳간을 교양미 영그는 알곡으로 가득 채워가는 그때가 바로 독서의 계절이다.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5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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