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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역병에 걸릴지도 몰라 꽃망울, 목숨 걸고 고개 내밀어 볼까

이미순 시인의 4번째 시집
‘바람의 음색’ 최근 펴내

‘코로나의 봄’으로 분류
코로나 관련 시 실어 눈길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2년 07월 15일
ⓒ 의령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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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거리에는 변이 코로나가/ 판치는 세상인데/ 우린 잘못 고개 내밀다가/ 어쩜 역병에 걸릴지도 몰라/ 허락받은 짧은 시간/ 가슴을 털어놓고/ 연둣빛/ 봄 향기를 얹어 놓으며/ 목숨 건 사랑 한 번 할까 말까 <이미순의 시 ‘코로나의 봄’의 일부>

 지역의 중견 시인 이미순<사진>이 4번째 시집 ‘바람의 음색’을 펴냈다. 지난 6월 20일 초판이 발행됐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때 이른 더위가 판치는, 여름의 티를 팍팍 내는 즈음이었다. 굳이 시집 발행 시기를 말하는 것은 이 시집의 목차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먼저 이 시집은 1. 코로나의 봄, 2. 사계절 이야기, 3. 바람의 음색, 4. 엄마와 도마, 5. 중년, 으로 구성돼 있다. ‘코로나의 봄’에는 봄날1·2, 전쟁 1·2, 빼앗긴 봄 등 시 20편이 편성돼 있다. 이 부분에 관심이 갔다. 코로나와 관련하여 시를 20편이나 썼다. 이 시들을 별도로 묶어 또 다른 한 권의 시집으로 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바람의 조그만 움직임에도 일렁이는 나무우듬지의 감수성을 지닌 시인은 이 코로나를 어떻게 느꼈을까. 전쟁, 빼앗다, 편두통, 격리 등 부정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코로나. 신부, 자유 등 긍정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봄. 이 부정의 코로나와 긍정의 봄을 묶은 대비와 역설. 그 대비와 역설의 코로나 관련 시들이 화창한 봄날에 나왔으면 그 울림이 더 크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그러면 이러한 대비와 역설의 시 내용으로 몇 가지 들어가 보자.

 이미순은 시 ‘코로나의 봄’에서 내뱉었다. 목숨 건 사랑 한 번 할까 말까? 누구? 꽃망울!!!
양지바른 산속/ 바위틈 둥지를 튼/ 올망졸망 작은 꽃망울/ 기웃기웃 눈치를 본다/ 내가 지금 나가야 될까//
 
꽃망울은 망설인다. 온통 거리에는 변이 코로나가 판치는 세상인데 고개를 내밀어 나간다는 것은 역병에 걸릴 줄도 모르는, 목숨을 건 행위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이 대목을 무심코 내뱉을까, 아니면 작심하고 내뱉을까. 시인의 마음속까지 알 수는 없다. 아마도 작심하고 내뱉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목숨을 건 행위, 그것을 그는 ‘사랑’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 시가 정말 빛나는 순간이다. 분명하게 분명하게도 코로나에도 끝내 놓지 않겠다며 세상을 뜨겁게 끌어안는 자신을 시인은 순간적으로 정확하게 인식했을 것이다.

 그의 다른 시 ‘봄날의 신부’도 같은 맥락이다.
// 코로나로 인해 인원 제한된다고/ 그렇게 말했건만/ 센 바람 불면 다시 오지 못한다며/ 종종걸음 걸어 마음 졸여 왔다고/ 보랏빛 노루귀꽃 앙징스럽게/ 새색시처럼 수줍게 웃는다
봄날의 신부는 누구? 목련!!!
 분홍 진달래 부케 들고/ 하얀 면사포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바람 타고 살랑살랑 걸어오는 목련/ 봄바람 타고 축하해주는 벚꽃 하객, 이라고 그는 봄날의 신부를 노래했다.
또 그는 다른 시 ‘자유’에서는 코로나로 2주간의 자가 격리를 겪어보고는 일상에서 만난 ‘자유’를 새롭게 정의한다.
 벗어난다는 건/ 얼마나 기쁜 일인가/ 가슴 열어 웃음 지으며/ 나비의 날갯짓 소리/ 푸른 숨소리 새소리 듣는 일상/ 무덤덤하게 지나친 것들/ 갇혀보고 알 수 있듯이/ 새들의 날개 위에/ 들판 위에 들꽃 냄새/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냄새 같은 게 있다는 것/ 마음 놓고 맡아볼 수 있는 게 자유다
이 연장선에서 그의 시를 하나만 더 보자.
 엷은 햇살/ 주름진 구름 속에/ 쑥들이 들쑥날쑥 얼굴 내밀고/ 흙 밖을 내다보느라 아우성이다/ 서둘러 봄나들이 나온/ 파릇파릇한 새싹/ 밤새 서리꽃에 안겨/ 울멍울멍 울고 있다 

<이미순의 시 ‘꽃샘추위’ 전문>
 쑥들이 들쑥날쑥 얼굴 내민다든지, 서리꽃에 울멍울멍 울고 있다든지 하는 음성적 표현도 재미있다. 하지만 쑥들이 밤새 서리에 ‘안겨’라는 표현에서는 숨이 멈는다. 서둘러 봄나들이 나온 파릇파릇한 쑥 아기 새싹들이 서리를 맞아 얼어 멍들어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는데 ‘안겨’라는 표현이 어떻게 나오는지 의아하다. 아기 새싹이기 때문에 ‘안겨’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그는 이 대목에서 이미 여기에서 ‘미의 세계’로 넘어가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서리꽃’이라고 표현하고 ‘울멍울멍’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순 시인은 이 시집의 맺음말 ‘네 번째 나의 자서전’에서 “눈물로 커가는 나이테 하얗게 늘어난 머리카락 수만큼 가슴의 껍질도 두꺼워지고 사랑도 때론 구멍이 뚫려 숭숭 바람이 새는데 그래도 죽어라 사랑한다는 그 말에 폭죽처럼 터지는 설렘 있어 봄날 한철 솜털에 날린 바람 한 자락 옆자리에 툭 던져놓고 가더라도 아∼ 그 봄날 나도 사랑꽃씨 한 알 네 가슴에 묻어 오월의 향기처럼 조용히 내미는 손 있어 그 손 잡는다”라고 적었다.

 이미순 시인은 2007년 ‘꿈을 파는 여자’, 2012년 ‘바람이려니’, 2020년 ‘첫 정’을 펴냈다. 한국문인협회 경남문인협회 의령문인협회 회원 등으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제12회 매월당 김시습 문학상 시 부문 금상(2009), 제26회 허난설헌 문학상 시 부문 금상(2012), 제7회 무원문학상 시 부문 본상(2013), 제4회 송강문학 예술상(2017)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유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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