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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기(愛機)와의 재회

홍성록(에어텍항공전문학교 교수․항공기조종사)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0년 08월 26일
나의 애기(愛機)와의 재회

홍성록(에어텍항공전문학교 교수․항공기조종사)

ⓒ 의령신문
넘실대는 파도 소리가 그리운 성하의 계절에 애기(愛機)를 만나러 남쪽으로 간다.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항상 처음 시작 한다는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생각하며 교육자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초심으로 상경 할 때와 지금 헬리콥터를 인수하러 내 고향 남쪽 바닷가 도시로 출장을 가는 기분이 상당히 대조적이라 격세지감마저 느낀다. 창공에서 나와 30년간 생사고락을 함께한 애기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남으로 가는 길은 참 행복하다.






용혜원 시인의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 나의 삶에서 너를 만남이 행복하다.
내 가슴에 새겨진 너의 흔적들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나의 삶의 길은 언제나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리움으로 수놓는 길 이 길은 내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도
내가 사랑해야 할 길이다.

이 지상에서 내가 만난 가장 행복한 길
늘 가고 싶은 길은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


나는 청춘을 조국의 하늘을 지키는데 바친 빨간 마후라의 사나이다. 생사를 넘나드는 전설 같은 사연을 간직하고 30년 무사고 비행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였다. 조국의 창공을 지키는 숭고한 사명을 다하였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갈 뿐이다”라는 맥아더 장군의 전역 연설처럼 영광스러운 퇴역을 하였다. 비록 군에서는 소명을 다하였으나 항공기에 관한 특별한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덕분에 전역 이후에도 대학 강단에서 항공기 정비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며 항공기 강의로 제2의 인생의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내가 한 청춘을 비행기와 함께 조국의 하늘에서 보내고 퇴역했는데 나보다 더 많은 40여년 넘도록 대한민국의 창공을 수호한 나의 애기도 수많은 전설을 간직한 채로 그 소명을 다하고 퇴역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조용히 물러나게 되었다. 인생에서는 <회자정리 거자필반> 이라는 말처럼 이별과 만남이 있지만 퇴역한 항공기는 또 어떻게 만난다는 말인가? 하물며 한 시대를 풍미한 조종사와 항공기가 퇴역 후 다시 만나는 이런 감격이 또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헤어진 옛 애인을 다시 만나면 이러한 감격일까? 내가 군에서 오래 근무한 다음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듯이 퇴역한 나의 애기도 검은 솔개의 위용으로 의무를 다하였지만 항공기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교육용으로 활용 되면서 그 가치가 또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군에서 전투 장비 현대화의 일환으로 신 장비를 도입하면서 기령(機齡)이 오래된 장비를 교체할 때 이 장비를 필요로 하는 학교기관에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는데, 이번에 우리 학교도 절차에 따라서 육군으로부터 협조를 받아서 헬기 한 대를 도입하게 되었다. 살아서는 나라 지키는 일에 헌신을 다하였고 퇴역한 후에는 항공기 정비기술을 배워서 미래 산업의 역군이 되고자 하는 항공기 정비사를 양성하는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활용되니까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 나로서도 내 몸처럼 아끼고 보살피던 옛 ‘애기’를 다시 만나, 후학을 양성하는 학교에서 가장 보람되게 활용되어서 기쁨과 보람이 넘친다.
내가 조종사가 되어 처음 배치받은 곳은 수도권에 있는 비행장이었다. 여기서는 사단급 이상 부대에서 정찰 및 전령 포사격 관측 및 조정 지휘 통제용으로 운용되었던 0-1A고정익 비행기를 조종하는 조종사로 근무 하였다. 그 후 육군 항공 주력 기종이 헬리콥터로 대체 되면서, ‘헬리콥터 조종사 기종 전환 교육’을 받고 본격적으로 헬리콥터 조종사의 길을 가게 되었다. 다양한 헬기를 조종 했지만 특히 이번에 다시 만난 500MD 헬리콥터와는 특별한 애착과 사연이 많다. 이 기종 시험 비행 조종사이기도 하고 사단장 지휘 통제용으로 운용될 때 지휘기 전속 조종사로 생사고락을 함께한 헬리콥터이다. 동해안 최북단, 대청봉과 건봉산 오소령 고황봉 등 산악과 동해안 해안선을 동시에 지키는 부대에서 열정적으로 근무한 사연들과 나라를 지키다가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동료 조종사 전우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바람이 많이 불고 눈이 많이 오고 산불이 많이 나는 설악산과 건봉산, 동해안 고성 속초 영양, 그때도 동해안 산불이 자주 발생했는데 민간에서 헬리콥터가 많이 없던 시절이라 큰불이 나면 군 헬리콥터가 진화 장비를 장착하고 투입이 되어야 진화가 가능했다. 여러 부대에서 많은 헬리콥터가 동시에 출동하면 작전지역 책임부대장이 컨트롤 타워가 되어서 공중에서 지휘 통제를 하게 되는데 나는 이때에도 지휘기를 타고 지휘 통제 임무를 많이 수행 하였다. 산불 진화 임무는 시간과 공간을 분리하여 안전하고 지속적이고 간단없이 산불 지역에 진화 작전이 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예비대를 편성하고 담수 지역에 담수하는 헬리콥터, 항로상에 있는 헬리콥터, 진화하는 헬리콥터 연료 재보급하는 헬리콥터 등 각 제대들의 시공간 분리와 타이밍 관리가 중요하다. 긴급 작전대기, VIP 임무 전담 조종사, 이 지역에서 운용되는 모든 헬리콥터 시험 비행, 전방부대 응급환자 발생 시 긴급 의무후송 임무, 정비시설까지 정비, 입고 와 출고 비행 등, 군인으로서 조종사로서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대부분의 중요 임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하였다.
창공의 이슬로 사라진 동료 조종사도 많았지만 나는 운이 좋았는지 그렇게 많은 임무를 수행하며 주 야간 전천후로 비행기를 타고도 무사고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약 5년간 최전방에서 전설 같은 조종사 생활을 다 하고 육군항공학교 교관으로 차출되어 근무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육군항공학교 교관으로 근무할 때 군 최초로 국방CBT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방법의 과학화의 일환인 CBT교육의 효시를 마련하였다.
영관장교로 승진하고 교관 보직을 마치고 육군대학교를 졸업하고 항공작전사령부 공격 헬기부대의 핵심전력인 AH-1코브라 헬리콥터부대에서 중대장, 정작과장, 대대장까지 역임했다. 항공작전 사령부 코브라부대 대대장으로 근무할 때 또 하나의 전설이 있다. 모 방송사 VJ특공대에 소개되기도 했고 전술훈련 최우수부대로 선발도 되었다. 이때 우리 군에서는 최초로 연대급 부대를 야간에 공중강습을 하는 훈련을 실시하였는데 훈련의 위용과 효과를 대대적으로 민간방송에서 홍보하기도 하였다. 이 훈련을 할 때도 우리나라 전체 기동헬리콥터 부대를 선도하는 임무를 우리 부대가 수행하였는데 주도면밀한 계획으로 작전 성공에 기여한 공로로 국방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였다. 또 제54회 국군의 날 행사 때는 공중 헬리콥터 편대비행 부대들을 총괄 훈련 시켜서 대통령께서 참석하는 행사에 한 치의 오차 없이 수행하고 대대장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군 생활 마감을 몇 년 앞두고 있을 때 북한의 무력도발이 도를 넘고 남북긴장이 최고도로 고조되는 시기에 최전방 항공부대에 또다시 항공대장으로 부임하여 중서부 전선 최전방 영공을 수호하는 책임을 다하였다. 전군이 초긴장 상태로 근무할 때 우리 조종사들이 지휘관인 나를 믿고 주 야간 전투태세 유지와 감시 비행 등, 필승의 신념과 불굴의 투지로 실전과 같은 임무를 잘 해주어서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잊을 수가 없다. 특히 우방국 VIP께서 판문점을 방문할 때 공중선도 임무를 수행한 작전은 기억에 남는 임무중의 하나이다. 여기서도 전천후 임무를 수행한 결과 항공안전 최우수부대로 평가도 받고 무사고 비행의 전설을 이어갔다. 이렇게 군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30년 무사고 비행의 대기록을 수립하고 전역 후에는 대학 강단에서 항공인을 꿈꾸는 후진을 양성하고 있으니 얼마나 보람되고 행복한 일인가?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에어텍 항공기술전문학교는 김포공항 업무시설 내에 위치하며 국토교통부 지정 항공기 정비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2년제 항공기술 전문 교육기관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산업의 핵심 산업인 항공사에 취업하고자 하는 지원자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항공기 정비사가 되려면 필수적으로 항공기 정비사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데, 항공기 정비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전문 교육기관이 우리 학교이다. 우리 학교를 졸업하면 항공기 정비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고 전문학사 학위를 받으며 국내외 항공회사에 취업을 하며 군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육해공군 항공기술 부사관에 지원 할 수 있으며, 4년제 대학 편입과 대학원 진학이 가능하다. 육군항공 조종준사관과 육군3사관학교 지원도 가능하다. 입학자격은 고등학교 졸업자 또는 동등 이상의 자격을 소지한 사람은 지원할 수 있으며, 수능시험과는 무관하고 내신 성적도 미반영하며 면접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최근에는 일반대학교를 졸업하고 항공기 정비사 면허 취득을 위해 다시 우리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번에 군에서 도입한 블랙카이트 솔개 헬리콥터와 함께 청운의 뜻을 품고 자신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는 학생들에게 어떤 이로움을 줄 것인가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연구하는 교수로서 항공인이 되겠다는 우리 학생들의 이상과 꿈을 이루기 위해서 힘차게 비상하기를 기원한다. <블랙카이트308 이륙을 허가함 “Black kite308 Clear for take-off”>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0년 0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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