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무환(有備無患: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문남선(시인·수필가)
최근 한 달 정도 메르스(MERS:중동 호흡기 증후군)로 인해 나라 전체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유치원이 문을 닫고, 학교가 휴교하고, 단체 여행과 행사 등이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일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게다가 잠정 폐쇄 되는 병원마저 속출하다보니 아파도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쉽게 병원을 찾지 못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제 때 받지 못하는 환자가 늘어났다.
이런 분위기이다보니 국내에서 메르스가 발병한 이후 백화점이나 재래시장, 공연장 등은 급격하게 줄어든 고객 탓에 찬바람이 쌩쌩 불 정도로 썰렁하고, 유통, 관광, 의료, 외식, 택시……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대부분의 업종이 직 간접적으로 메르스로 인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특히 한국을 찾던 요우커(旅客:일반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뜻함)와 외국 관광객으로 특수를 누리던 여행, 화장품, 숙박업체 등에 미친 경제적 파장은 대단히 컸다. 홍콩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경보 단계인 홍색 경보로 격상하고, 대만은 서울 지역에 한정했던 여행경보를 한국 전역으로 확대 발령하는 조치까지 취했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메르스 사태로 입은 경제적인 손실 또한 엄청났다. 국내 면세점의 매출이 2003년 홍콩의 사스발병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매출로 돌아섰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한 달간 증시에서 여행, 화장품, 항공 등의 메르스 관련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상장 된 관련주가에서만 시가총액 6조원에 달하는 돈이 한 달여 만에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미래가치를 선반영하는 주가의 흐름만 보더라도 그 손실의 규모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가 있다.
그뿐인가. 중국에서는 한해 6,000명 정도의 한국 관광객이 숙박했던 호텔에서, 메르스 사태를 빌미로 갑자기 우리 관광객의 입실을 취소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는 일까지 발생했다. 내우외환에 쌓인 대한민국이 잠시 동안이겠지만 국제적인 왕따가 된 셈이다.
우리나라의 첫 메르스 확진자는 2015년 5월 20일 평택의 성모 병원에서 발생했으며 6월 21일 현재, 확진자 169명, 사망자 25명으로 치사율은 14.8%에 달한다고 보건당국이 발표했다. 6,729명에 달하던 격리자도 대폭 격리해제 되어 이제 4,000여 명이 안 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지금은 메르스가 어느 정도 진정국면으로 들어선 탓인지 휴일 나들이객이 늘고, 영화관이 매진되며 거리도 활기에 넘친다하니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며칠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WHO(세계 보건기구) 마가렛 사무총장이 초기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던 일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초기대응만 잘했더라면 얼마든지 호미로 막을 수 있었을 일을, 우리는 ‘세월호’ 사고 때처럼 또 한 번의 귀중한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셈이다.
글로벌 시대인 요즘은 말 그대로 지구촌(地球村) 시대다, 세계인들의 이동 경로가 점점 넓고 빨라지기에 그만큼 각종 질병에 누구나 쉽게 감염될 수가 있다. 정부는 2013년도에 홍콩의 사스나 신종플루같은 신·변종 감염질환에 대한 전염병 방지와 치료에 대한 법안 처리를 국회에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을 담보한 그 중요한 법안이 몇 년 째 국회통과도 못한 채 아직도 표류중이라고 한다. 게다가 신·변종 감염질환 대응을 위한 연구 예산도 지난해의 217억 원보다 전년 대비 11억 원이 감소됐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자신들의 이권이 걸린 법안을 다룰 때는 제대로 된 여야의 논쟁과정 없이 일사천리로 법안을 통과시키며 종종 국민의 빈축을 샀던 국회의원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한 이 중요한 법안을, 왜 그토록 오랜 기간 방치했으며, 또 몇 달 후면 소멸될 위기에 처하도록 표류하게 내버려뒀을까?
메르스로 전국이 어수선할 무렵, 우리나라는 현 정부 두 번째 총리마저 사퇴한 후, 50여 일 정도 총리가 공석인 상태였다. 총체적인 콘트롤 타워마저 없었기에 대응이 어려웠다 치더라도, 초기진화를 놓친 메르스 사태가 이렇게 커진 여러 가지 정황을 따져보면 ‘인재(人災)’라고 분노하는 많은 사람들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에게 혹독한 시련을 주었던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 사망자의 가족, 확진자 가족, 또 직간접적으로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이유로 격리조치 됐던 격리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무더운 날씨에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언제 세균에 노출될지 모를 두려움을 떨쳐낸 채 고생했던 많은 의료진과 간호사, 방사선사, 구급요원, 경찰관등. 그들이 있었기에 메르스 사태를 이겨낼 수 있었다는 점도 꼭 기억해야 될 것이다.
메르스 확진자로 판명되면 가족이라도 일체의 면회를 할 수 없고, 임종 또한 지킬 수 없으며 사망 후 24시간 내에 화장을 해야 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일만도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일진데, 마지막 임종과 장례식마저 지켜볼 수 없었던 그 아픔이야말로 살아가는 내내 그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또한 환자 한사람이라도 살려야한다는 의무감에 목숨 걸고 임무에 충실했던 의료진 및 그 분야에서 일했던 사람들에게, 용기를 못 줄망정 그 가족들을 기피하고 상처가 되는 말을 너무도 쉽게 내뱉었던 성숙하지 못했던 우리들의 의식도 그들에겐 아픔이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의료시설과 인력을 가진 대한민국이 초기 메르스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속수무책 엄청난 재난에 노출되었던 이번 사태에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준비된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느꼈을 것이다.
임시국회에서 관련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하여 효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법안이 처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각종 질병에 대한 국제적인 매뉴얼(manual:설명서)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와 우리국민의 실정에 맞는 맞춤형 매뉴얼로 평소에 준비 된 자세로 살아간다면 만약 위급한 상황이 닥쳐도 쉽게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 |
그래 특히 우리강동은 더심하다
내가있는 반경1km이내에 대학병원 동네병원 약국등이 폐쇠되었으니까
초기대응등 미흡한 부분이야 논외로 하고
고통과 불편 손실은발생 했지만
어려움이 지나가면 거울이되어 단단한
미래도 온다는 사실에 기대를 걸어야겠지요
06/30 09:01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