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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일병과 구름다리

박재호(전 군민신문 회장)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5년 06월 20일

오 일병과 구름다리


 


박재호(전 군민신문 회장)


 


필자에게는 혈연, 지연, 학연은 없으나 아주 특이한 인연으로 먼 곳에서 찾아오는 손님 한사람을 맞이하게 된 연유가 있고, 그 손님을 맞이하면서 관광 의령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있었다.


필자는 헌병하사로서 백마부대소속으로 월남전에 참전하였다가 1973년 초에 귀국하여 서울 외곽을 지키는 군경합동 근무 왕거미초소 몇 곳 중 일산검문소 파견대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해 6월경 헌병학교를 수료하고 새로 배치된 유난히 얼굴이 검었던 경기도 광주출신의 오경용이라는 일병이 있었다.


새로 전입해 온 오경용 일병은 행동이 남달리 민첩하고 영리하여 상황대처능력이 10여명 고참 병사들을 능가하다보니 특별히 아끼고 정들 수밖에 없는 전우였는데, 그렇게 맺어진 오 일병과의 전우관계는 6개월여 만인 1973년 말 필자의 만기전역으로 끝이 났다.


그로부터 37여년의 세월이 흐른 2010년 여름에 나는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박 하사님, 저 오경용입니다. 일산검문소에서 같이 근무했던 얼굴 새까맣던 일병 생각나십니까? 보고 싶습니다.”라고 하는 반가운 서울 말씨였다. 전혀 예기치 못한 전화를 받은, 그것도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세월을 넘어 이름마저 가물거리는 옛 전우의 전화를 받은 나는 도대체 이 사람이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아냈는지가 궁금하여 물었다. 그는 대뜸 박 하사님이 예전에 의령군청에 근무하다가 군()에 왔다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있어서 의령군청 행정과에 전화해서 알아냈습니다.”라고 의기양양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기억도 잊히는 것이 인간관계의 모습이거늘 단지 한 때 나라의 부름을 받아 전우관계에 있었던 사람이, 그것도 겨우 6개월여의 짧은 기간을 함께 근무했던 정분으로 죽마고우도 떠올리기 어려울 37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옛 전우를 찾아낸 오 일병의 묵은 정에 감탄할 뿐이었다.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우리는 그해 가을 서로 만나 37여년 세월의 정담을 나누었고, 고희를 바라보는 지금도 군복무 때의 호칭 그대로 박 하사님과 오 일병으로 부르며 친분을 유지해 오고 있는데, 그 오 일병이 지난 4월 초에 봄나들이로 창원에 온다는 것이었다.


창원중앙역 대합실, 오 일병이 도착하면 어떤 좋은 곳으로 안내해야 보람 있는 여행이 되도록 할 것인가를 고심하다가 문득 대합실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안내 데스크에 꽂힌 경남관광 유인물들을 챙겨보면서 같은 값이면 내 고향 의령의 관광지를 안내하기로 작정했다. 진열된 경남관광 유인물은 3종류였는데, 먼저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 경남, 참 좋다를 살펴보니 <역사/문화여행>란에 의령 일붕사가 수록되어 있었고, 참 좋은 관광 경남을 펼쳐보니 ‘CNN이 뽑은 경남명소 베스트 9’한국관광공사 선정! 경남 10중에 안타깝게도 의령의 관광지가 소개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마지막 책자로 된 엄마! 경남이와 이틀만 쉬고 갈께요!를 펼쳤더니 시군별 대표 관광지가 소개되어 있었고 우리 의령군편에는 자굴산, 한우산, 일붕사, 의령 구름다리4개소와 특산품 망개떡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나는 오 일병에게 의령 구름다리를 둘러보게 하여 여름휴가를 의령에서 보내도록 할 생각이었다.


의령 구름다리는 총 연장 258m, 2m의 구간 중에 길이 120m, 높이 45m의 출렁다리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명소로서 이 다리는 제42대 한우상군수가 재임 중에 남긴 업적중 하나이며, 200512월에 완공됐다. 2(二水) 합류지점은 풍수지리상 불문길지(不問吉地)로 알려져 있는데 풍수지리에 일가견이 있던 한우상군수는 의령천과 남산천이 만나는 길지에 이와 같은 명소를 만들어 후대에 관광자원으로 물려주는 업적을 남겼다.


역대 군수들이 다음 선거를 생각하며 예산을 토막토막 쪼개어 선심성으로 나누어 집행하거나 실용성 없는 읍·면 운동장 만들기에 낭비하지 않고 이와 같은 관광자원 확충의 안목을 가졌더라면 지금쯤 의령은 외지 사람들이 들끓는 관광지로 떠오르지 않았을까싶은 것은 필자만의 안타까움이 아닐 것이다.


누군가가 정상배(政商輩)는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인은 다음세대를 생각한다.”라고 했던가......


여름 한 철 이 구름다리 밑으로 흐르는 의령천변에 텐트를 치고 주 탑 분수와 인공폭포를 관망하며 수중보에서 더위를 식히고 천렵도 즐기다가 다리를 건너 오솔길을 따라 수월사를 참배하고 충익사로 돌아내려오는 남산 산책 코스도 일품이다. 그 뿐만 아니라 다리 앞 공원의 나무터널을 걸으며 사색도 하고, 밤에 밝혀지는 조명타워의 불빛 아래서 토요애 수박 한 덩이를 나눠 먹으면 이만한 피서지가 또 없을 것이니 여름휴가를 이곳에 와서 보내라는 나의 설명에, 동행한 오 일병은 감복하면서 소바를 먹었고, 망개떡 몇 박스를 사들고는 여름휴가 때 또 만납시다.”라는 말을 남기고 웃으며 의령을 떠났다.


이렇듯이 외지 사람들이 의령의 명소를 다시 찾아오게 하는 것, 그게 관광업 발전의 바탕이고 지역경제를 살려내는 한 분야임을 우리는 알아야한다. 승지(勝地)는 자연이 만들어 내는 천혜의 관광자원이요, ‘의령 구름다리와 같은 조형물의 명소는 당대의 사람들이 만드는 것인데, 의령 9경을 지정해 두고는 있지만 그 중에 외지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관광자원이 과연 몇 곳이나 될까?... 한 번 왔던 외지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는 관광명소를 인위적으로라도 만드는 것, 그런 것이 행복도시, 부자의령을 만드는 중요한 과제가 될 수도 있을뿐더러 지금 추진 중인 자굴산 골프장조성사업, 한우산 풍력발전사업도 그런 차원에서 바라보는 군민 의식 전환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물론 직접 영향권에 있는 군민들의 이해와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5년 0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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