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끝나고…
김기래(재진주 향우)
그 남산 아래 정자에 앉아 있노라면 아이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뛰어다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도, 여유롭게 거닐거나 운동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소소한 행복의 공간을 다시는 만날 수 없고, 그 길을 걸어 흙을 밟으며 남산을 오르는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따스한 길도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 그곳에는 산과 의병탑과는 상관없이 어떤 미학으로 디자인 한 건지 몰라도 전혀 남산과 탑과는 어울리지 않는 넓디넓은 다리와 산과 사람들 앞에서 웅장함을 자랑하는 큰 빌딩의 박물관이 서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곳은 나에게 더 이상 가고 싶지 않는 곳이 되었고 멀리서 온 내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차라리 이젠 내 기억 속에서라도 잃고 싶지 않아 나는 더 이상 가지 않으련다.
문득 어느 건축가의 말이 생각난다. ‘재개발 한다며 자기가 살던 고향을 허물려고 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찬성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을 것이다’ 고 한 말이 떠오른다. 그 무엇을 위하여 시간을 머금은 단아하고 아름다운 다리를 부수어야 했으며 박물관을 꼭 그 곳에 그렇게 크게 현대식 건물로 지어야만 했을까. 그 엄청난 비용을 써가면서 무엇을 위하여 스스로 역사와 시간의 추억을 부수어 버렸을까. 이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인 것을. 어떤 합리성과 편리도 감히 자연과 시간이 서린 아름다운 건축을 부셔버려야 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그것을 간직하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작은 불편도 기꺼이 감수해야 할 충분한 가치만 가져야했다.
나는 이 결정을 내린 사람들과 그 결정이 날 때까지 침묵했던 곁에 있었던 사람들, 이미 난 결정의 뒤에서 비난만 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 우리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그때의 ‘침묵은 금’ 이었을까, 나는 생각한다. 이 결정은 자연과 흔적의 시간에 대한 무시이고 그것에 대한 침묵은 비겁 이었다고 우리 모두는 이렇게 쉽게 우리의 남산을 잃었다. 그것도 우리들 스스로.
이제 나는 사월이 오면 잃어버린 다리와 사라져간 단아한 길들에 대한 제를 나 혼자 지내려한다. 남산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으로.
우리가 우리 손으로 부셔버린 어리석음을 한탄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