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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근 시인 새 시집 『밥 먹고 싶은 사람』

“삶을 건네는 시, 마음을 어루만지는 말”
햇살이 말랑말랑해지는 봄,
김복근 시인의 파자破字 연작 시조집 출간
내고, 달고, 맺고, 풀고 총 4부로 구성
파자破字 연작시조 70편 수록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5년 04월 16일
 
ⓒ 의령신문  
한국 정형시의 맥을 굳건히 이어오며 일상의 언어로 인간의 진심을 길어 올리는 김복근 시인이 새 시집 「밥 먹고 싶은 사람」을 선보였다. 이 시집은 우리의 전통 시가 형식인 시조를 파자기법으로 변형하여 의미를 새롭게 확장 시킨다. 파자 형식이란 글자나 어구를 쪼개거나 재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기법이다. 이번 시집은 파자 연작 시조집으로 형식의 새로움이 돋보인다.
 
처음 시집을 받아든 순간 제목에 이끌렸다. 그러면서 시집 제목이 ‘왜 밥 먹고 싶은 사람일까?’ 궁금했다. 일상 속 우리는 늘 누군가와 밥을 먹는다. 그런데 정작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다. 그 단순한 한 끼이지만 늘 ‘함께 밥 먹고 싶은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리워한다. ‘편안하고 품이 넓은 사람’ 말이다. 시인은 누군가에게 항상 ‘밥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를 갈망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시인이 꿈꾸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 한다.

꿈 몽夢
-파자破字 67


세상 사람들이 내 이름을 보면서
아, 그 사람
물무늬 웃음을 웃는 사람
가슴을 촉촉하게 하는 다사로운 사람

세상 사람들이 내 이름을 듣는 순간
아, 그 사람
마주 앉아 밥 먹고 싶은 사람
술잔을 나눌 줄 아는 너그러운 사람

세상 사람들이 내 이름을 생각하며
아, 그 사람
누리 밝혀 사람다이 사는 사람
마음에 스미어드는 늘 그리운 사람

이렇듯 ‘함께 밥을 먹고 싶다’는 건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다. 시를 읽는 동안 지나온 시간들과 잊고 지낸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 사람과 만나 따뜻한 밥 한 끼 하고 싶다.

성선경 시인은 “시는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 새로운 이미지, 새로운 발상, 새로운 형식이 시적 존재의 한 축이다. 그러나 간혹 시인들이 이 새로움에 너무 취해 자신의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래서 법고창신의 정신이 필요하다. 시력 40년의 김복근 시인은 법고창신의 이 길을 가장 충실히 지켜온 시인이다. 파자시의 전통을 이어받아 시조에 새로움을 더하였지만, 시조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정형성을 하나도 흩트리지 않았음을 눈여겨 볼 만하다.”라며 ‘주인 주主-파자41’시를 소개한다.

주인 주主
-파자破字 41


물처럼 살아온 날, 내가 나를 돌아본다.
종종걸음 멈추고 중심을 잡아본다
혼자서 맴을 돌다가 헛발질 돌을 차고

사는 일이 아파서 돌아보지 않으려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내가 나를 돌아보며

어둠을 밝히는 불빛
맑은 쉼표 찾아내어

나를 본 내[王]가 머리에 등[丶]을 달고
저만치 빛을 보며 가슴을 쓸어보면
내 속[主]에 나를 그리는 바람도 숨죽인다

성선경 시인은 “위 시조는 ‘주인 주主’ 자字를 파자한 시조다. 삶의 주인이 ‘나’라고 했을 때 이 주인을 돌아본다는 것은 곧 나를 되돌아보고 반추하여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주인主人이란 ”내[王]가 머리에 등[丶]을 단 것이란 표현은 얼마나 참신한가?”라고 감탄한다. 그러면서“정형시란 그 형식과 정서가 잘 버무려져야 빛난다. 김복근 시인의 이번 파자시조 연작은 형식과 정서가 참 잘 버무려진 시조이다. 이번에 보여주는 70편의 파자시 연작은 정말 잘 엮여진 보석이다.”라고 평했다.

성선경 시인의 평에 이끌리어 옥편을 찾아보았다. ‘주인(主) 주란 글자는 상형문자로 촛대 위의 심지에서 불이 타고 있는 모양을 본 뜬 글자다. 밤의 등불은 한 집 가족의 중심 위치를 차지한다는 데서 ‘주인의 뜻으로 쓰인다’라고 적고 있다. 읽어 보니 파자시의 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성 선경 시인이 “삶의 주인이 나라고 했을 때 이 주인을 돌아본다는 것은 곧 나를 되돌아보고 반추하여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행위”라고 했듯이 ‘내가 나의 주인이 된다’는 건 머리에 등불을 켜고 항상 자신을 성찰할 때 가능한 일임을 깨닫는다. 특히 바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성찰의 의미는 크게 다가온다.

또 공영해(시조시인)은 -「꽃 화花-파자 14」를 예를 든다.

꽃 화花
-파자破字 14



풀[艹]이 자라면[化] 꽃이 꽃을 피운다

사랑은 싸움마냥
싸움은 사랑마냥

생명의 덫에 걸리어 연옥煉獄의 집을 짓다

물과 흙, 햇빛까지 굴광성 기가 되어

작두날 딛고 선 아픔
온 몸이 뜨거워라

무중력 꽃대 위에서
춤을 추는
저, 붉은


공영해 시인은 김복근 시인의 시 「화花」를 살펴보며, “여든여덟 음절로 하나의 세계를 피워낸, 화엄 세계로까지 ‘꽃’의 의미를 궁구하기 위하여 ‘작두날 딛고 서’는 아픔까지 감내하는 ‘꽃’의 모습은 강렬한 인상으로 남습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이 시를 읽으며 서정주 시인의 ‘국화옆에서’를 떠올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국화 옆에서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이렇듯 우리 인생의 꽃을 피우는 일이나, 자연의 한 송이 꽃을 피우는 일은 일맥상통한다. 한 생명은 온 우주의 기운이 응집되고 죽을듯한 산고가 지난 뒤에 찾아오는 선물인 것이다. 살면서 힘 든 순간이 들이닥칠 때 이러한 진리를 인정하고 온전히 받아들인다면 우리들 안에도 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이쯤 되면 김복근 시인의 지나온 발자취가 알고 싶어진다. 김복근 시인은 경남 의령에서 태어났다. 아호는 수하水下. 마산고등학교, 진주교육대학교, 국립창원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했다. 1985년『시조문학』 천료. 1997년 『월간문학』 『시문학』에 문학평론을 발표했다. 시조집 『인과율』 『비상을 위하여』 『클릭! 텃새 한 마리』 『는개, 몸속을 지나가다』 『새들의 생존법칙』 『비포리매화』 논저 『노산시조론』 『생태주의시조론』, 평론집 『언어의 정수, 그 주술력』 『평화 저 아득한 미로 찾기』, 동시집 『손이 큰 아이』, 괘관문집 『바람을 안고 살다』, 산문집 『별나게 부는 바람』, 번역집 『김기호 시 묵묵옹집』, 시조에세이집 『시조의 진경 톺아보기』, 교육도서 『창조하는 힘을 길러주는 방법』 등을 펴냈다. 정말 쉼 없이 달려 온 시조문학의 외길 인생이다.

그 가운데 특히 김복근 시인은 할아버지 김기호 선생 탄신 131주년을 맞아 시집 『묵묵옹집』을 펴냈다. 김기호 선생은 경남 의령에서 태어났다. 호는 묵묵옹(黙黙翁)이다. 1919년 3.1만세 운동에 참여한 독립운동가다. 그런 할아버지의 한자로 쓰여진 문집을 땀과 시간으로 빚어내고 헌신과 정성을 다해 쉬운 우리말로 번역‧출간한데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또 한국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경상남도문화상, 유심작품상 등 다수를 수상했다. 2015년 세종도서문학나눔, 2019 아로코문학나눔 선정. 의령충혼탑 헌시, 헌사 헌정(2013)했다. 경상남도문인협회장, 경남문학관이사장, 한국시조시인협회이사장, 오늘의시조시인회부의장, 노산탄신100주년기념사업회장, 『화중련』 주간, 창원대학교, 진주교육대학교강사, 경남거제교육청교육장 등을 지냈다. 현재 국립국어사전박물관건추위 공동대표,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문학인신문』 논설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긴 겨울 끝에 기다리던 봄소식, 꽃소식과 함께 내 놓은 김 복근 시인의 새 시집 「밥 먹고 싶은 사람」이 좋은 사람과 나눈 따뜻한 밥처럼 지친 마음을 보듬어 주었으면 좋겠다.   허미숙 기자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5년 0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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