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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바람 같은 그대에게

배민숙 자유기고가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1년 05월 09일












▲ 배민숙
특별하게 할 일도 약속도 없는 시간이라 지나간 신문을 다시 집어 들어서 광고까지 챙기며 읽어 나가는데 지방소식 한 귀퉁이에 의령 군민상이 결정됐다는 보도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타인을 위해서 봉사를 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든가 라는 생각과 내 자신에 대한 반성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신문을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밀려오는 잔잔한 감동이 마음속에 남아있어 가벼운 산책도 하고 새로이 이사 온 마을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 마실을 나섰습니다.


4월의 꽃들과, 물 건너 보이는 산의 색깔들이 어우러져 담담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옮길 수 있다면 한 폭의 잘 그린 풍경화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면 숲을 아름답게 만들어 내면서도 요란하지 않고 깊은 물처럼 소리 없이 같은 자리에서 또 피고 질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군민 대상을 타신 분들도 4월의 자연과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자연과 달리 변덕도 심하고 타인을 위해서 긴 시간동안 봉사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당신들은 4월의 풍경처럼 그 자리에서 늘 같은 모습으로 살아오셨겠지요. 참으로 아름다운 여름의 나무들처럼 말입니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나설 때는 느끼지 못했던 풀들이 마당 가득합니다.


잘 그려진 그림에 마음대로 덧칠한 붓놀림 같은 마당을 보자 부끄럽고 민망해서 급한 마음에 호미를 들고 마당에 앉았습니다. 풀을 매는데 달래도 꽃 잔디도 모두 뽑히고 어느 것이 머구 나물인지 취나물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아 애를 먹다 결국 고추 심으려고 찍어둔 자리에 있는 것들을 다 뽑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 호미질에 속도를 붙였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벌레들과 칡뿌리처럼 길고 튼실한 뿌리를 호미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마당하나도 혼자서 가꿀 수 없다는 것에 절망하고 말았습니다. 산새 소리와 어울리는 맑고 달달한 공기를 마시며, 텃밭에서 키운 고추와 상추를 뜯어다 점심에 먹을 수 있다는 생각. 마당엔 파라솔을 비치해서 오펜바흐의 재클린의 눈물을 들으면서 커피를 마시는 품위 있고 여유 있는 농촌생활을 꿈꿔왔습니다. 모두들 나이 들면 시골로 가야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지렁이와 굼벵이를 보고 호미자루를 집어 던지는 저 같은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본질보다는 결과만 놓고 좋아하는 편한 세상에 살고 있는 이기 때문이었는지, 농촌생활의 환상 때문이었는지 풀 뽑는 작업은 결국 포기 했지만 날선 호미에 찍혀 두 동강난 지렁이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서 소름이 돋습니다.


이번에 군민 대상을 타신 분들은 산등성이 외진 곳에 꽃 한 송이 저 혼자 피어 하늘을 바라보다 저 혼자 지는 것처럼 보아주는 이 없고, 알아주는 이 없어도 그저 그 자리에서 아름답게 피고 지는 세월을 오랫동안 해 오셨겠지요. 그예 당신들의 손길과 밑거름이 저 같은 무지렁이가 풍성하게 달린 고추를 따먹을 수 있는 만찬의 점심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거실 창으로 보이는 마당은 군데군데 검은 흙이 뒤집어져 있고 담장이 낮아서 그런지 바람이 검은 흙을 일으켜 세우며 마당을 쓸고 지나갑니다. 낮은 담장에 방풍림 나무를 심어보고 싶어집니다.


방풍림은 바람을 막아주지만 바람을 막아주고는 늘 그 자리 그대로 서있는 나무입니다.


당신이 바로 방풍림나무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잡은 손 놓지 마시고 지금처럼 동행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주시길 그래서 크고 든든한 의령의 방풍림으로 그 자리에 서 계시길 부탁드립니다.


당신과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1년 05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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