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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에서 맞이한 가을 햇살과 바람

제4회 리치리치페스티벌에서
솥바위 출발 의령이 전하는
‘진정한 부’ 찾는 뱃길 투어
인문학 여행의 색다른 묘미

지난 8월 안전보강공사 마친
탑바위에서는 또 다른 ‘기도’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5년 10월 17일
ⓒ 의령신문

지난 10월 10일, 청명한 가을 하늘이 남강 위를 부드럽게 감싸고 한낮의 햇살 받은 강의 물비늘이 유난히 반짝이는 솥바위 앞 선착장. 무동력 배 카타마란(쌍동선)에 승선한 관광객(리치뱃길투어 참여자)들은 기대감으로 들뜬 표정이다. 

드디어, 솥바위에서 출발하여 불양암과 탑바위, 호암 이병철, 관정 이종환의 생가를 둘러보고 빅테이블에서 도시락 ‘왕이 될 상’으로 마무리하는 오늘의 여정을 향하여 배는 물길을 가른다. 이번 ‘리치뱃길투어’는 단순한 유람이 아니다. ‘진정한 부’의 의미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이다. 그래서 기자도 동행 취재에 나섰다.
 
올해 제4회 리치리치 페스티벌 기간 안에, 4일간(하루 80명 승선) 진행하는 ‘리치뱃길투어’는 작년보다 한층 새로워졌다. 승선시간을 대폭 줄여 40분으로 줄이고 핵심 명소만 전문 해설사와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밀도있게 재정비했다. 유투브 채널로 생중계되어 실시간 시청할 수도 있다. 또, 조기에 매진되는 인기 프로그램이라 참여하지 못한 방문객을 위해 수상자전거(20대)를 타고 솥바위 인근을 둘러보는 체험형 콘텐츠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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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출발지, 솥바위는 ‘부자 기운’이 샘솟는 일명 ‘의령부자1번지’로 통한다. 남강의 물속에 세 발을 딛고 있는 옛 솥을 닮은 솥바위는 부자전설로 유명하다. 조선 말, 한 도인이 “솥바위를 중심으로 반경 20리(약 8㎞) 안에 부귀가 끊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솥바위 반경 20리 안에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LG의 창업주 구인회, 효성의 창업주 조홍제 회장이 태어났다. 전설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 마음속에 솥바위는 소망의 상징이 되었다.

배는 솥바위에서 기암절벽을 감싸 돌아 강물과 함께 유유히 나아간다. 배가 굽이치는 방향마다 낮은 수변 식생과 연한 하늘빛이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오늘 배 위의 여정이 어떠신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 참여자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아, 너무 좋지요. 마치 신선놀음을 하는 것 같아요” 한다. 해설사분은 “오늘은 작년보다 물이 많아서 뱃놀이가 한층 즐겁네요” 한다. 그러고 보니 진주 유등축제로 남강댐 수문을 열어서인지 요사이 비기 잦아서인지 제법 물이 깊다.

1934년, 넥타이에 양복을 입고 뱃놀이에 나선 군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면 당시에는 배를 타고 남강 아래·위 100m까지 배로 오가며 봄날의 남강 풍광을 즐길 정도로 수심이 깊었음을 알 수 있다. 
(2008년 의령신문 198호 1면 보도 인용)

그 옛날 91년 전 바로 이곳에서 뱃놀이 하던 모습과 지금 이 순간의 뱃놀이가 오버랩되면서 가슴이 뭉클하고 감회가 새롭다.
 
의령의 명물, 망개떡을 나누어 먹으며 눈으로는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불쑥 보이는 7개의 하얀 푯말을 찾느라 분주하다. 휙휙 지나가는 푯말 속 단어를 조합해서 QR코드로 접속해 퀴즈를 풀면 선물을 주는 재미난 ‘선상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참가자들은 초면의 서먹함도 잊고 서로 답을 물으며 친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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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다 보니 어느덧 깎아지른 절벽 중간에 고즈넉한 불양암이 보인다. 산길을 걸어올라 비구니 스님이 수도하는 조용한 암자에서 물 한잔 들이키며 내려다보는 남강의 굽이치는 경관이 일품이다. 지나온 뱃길 여정을 돌아보며 잠시 명상에 잠긴다.

◆ 다시 호미산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니 하늘 향해 우뚝 솟은 8m 높이의 탑바위가 나타난다. “이 탑바위는 솥바위, 꼬끼리바위와 함께 의령 3대 기도 바위입니다. 의령 9경 중 제6경으로 지역의 대표적인 명소이죠. 이 탑바위에서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이루어집니다”라는 해설사의 말에 참여자들은 두 손을 모으고 저마다의 소원을 염원한다.

그런데 탑바위는 전도파괴의 우려가 있어 안전상의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이에 의령군은 탑바위 특허공법 심의·실시설계를 추진하여 지난 8월 말에 안전보강공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달라진 모습을 전과 비교해 보니 잘록했던 허리둘레가 제법 굵어져 안정감을 준다. 
(의령신문-인터넷  2025년 3월 27일, 2025년 6월 26일 보도 인용) 


◆ 버스를 타고 정곡면 삼성 이병철 회장의 생가에 도착했다. 정갈하고 검박한 전통 한옥이다. 이병철 회장은 대대로 부유한 선비의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하지만 음식을 남기는 것을 싫어하고 낭비를 용납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 한때 방탕한 생활을 하던 중 술이 거나하게 취해 집에 왔는데 아이들이 잠든 모습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해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결심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답니다”라는 해설사의 말이 인상에 남았다. 이렇듯, 이번 경험이 우리 참가자들에게 부(富)를 향한 터닝포인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원에서 신문 광고를 보고 ‘리치뱃길투어’에 참가한 부부는 생가를 둘러보다가 “아이, 오길 잘했어요. 꼭 한번 오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배(무동력배)를 타고 문화와 역사를 탐방한 게 색다른 경험이었죠”라고 소감을 전했다.

◆ 이어 용덕면, 관정 이종환 생가에 당도했다. 회경당 옆에 이종환 회장의 흉상 뒤로 보이는 “공부할 때의 고통은 잠깐이지만 못 배운 고통은 평생이다!”라는 글귀가 마음에 남았다. 기부왕으로 알려진 이종환은 평생 모은 재산 1조 7000억 원을 출연해 ‘관정 이종환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다.

특히 관정헌 생가안, 누각과 연못이 있는 정원은 압권이다. 해설사는 “연못은, 왕과 왕비의 휴식 공간이던 창덕궁의 후원, ‘부용정’을 그대로 재현한 것입니다. 앞의 돌기둥 4개도 왕과 왕비가 두 발을 연못에 담그고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상징합니다”라고 소개한다.
 
마치 참가자들은 왕과 왕비가 된 듯, 오래된 멋스러운 소나무와 향나무가 있는 연못 주변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보며 아름다움에 탄성을 질렀다.
 
결국 부(富)란 물질이지만 그 속에 담긴 정신(솥바위의 염원, 불양암의 비움, 탑바위의 인내, 이병철 회장의 검소함, 이종환 회장의 나눔 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리치뱃길투어’를 통해 깨달았다.

마지막 일정으로 맛있는 식사 시간. 의령의 김세준 청년 셰프가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 ‘왕이 될 상’! 이름도 위트있다. 어수리비빔밥, 황태뭇국, 새우부추전, 메추리알장조림, 파프리카버섯볶음, 야베스과일샐러드, 두부김치 그리고 금가루가 뿌려진 의령떡갈비 등 의령 땅에서 키운 농산물로 만든 건강 밥상에 왕의 품격을 더했다. 특히 어수리 나물밥이 인기가 많았다. 어수리 나물을 처음 먹어본다며 한 그릇 더 먹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듯, 도시락 ‘왕이 될 상’은 리치 뱃길 투어의 마지막을 ‘느낌표’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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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완 군수는 “리치뱃길투어를 의령을 대표하는 고급 관광 콘텐츠로 육성해 나가겠다”며 “방문객이 의령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허미숙 기자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5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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