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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인으로 사는 일

박래녀(민족작가회 회원)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1년 07월 04일













▲ 박래녀
내 본업은 농사꾼 아낙이고 봄에는 고사리, 가을에는 단감농사가 주된 업이다. 올해는 비닐하우스에 옥수수 농사도 지었다. 한창 옥수수가 달려 굵어지는 중이다. 하지만 옥수수 농사보다 지금은 고사리 수확하느라 허리가 휜다. 온종일 동네 할머니 네 분과 고사리 밭을 헤맨다. 할머니의 칠십 몇 년 인생살이가 고사리 밭에서 녹아난다.


우리 동네 할머니처럼 촌부로 이름 없이 살다가는 민초가 있는 반면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한 역사적 인물도 있다. 한 고을의 역사적 인물 한 사람만 있어도 후대는 그 빛을 받아 산다. 그 이름을 빌어 고을이 살찐다. 우리 고장의 인물은 의병장 곽재우 장군과 이름 없이 죽어간 의병이다. 곽재우 장군은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왜군을 무찌르고 나라를 지킨 인물이다. 곽재우 장군의 덕을 기리는 충익사가 세인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해마다 의병 제란 축제가 열린다.


사실 나는 의령의 산골로 시집오기 전까지 의병장 곽재우 장군에 대한 것은 역사의 인물 중 한 사람으로 밖에 알지 못했다. 의령이 어느 골짝에 붙었는지도 몰랐다는 뜻이다. 인연의 끈에 의해 의령사람이 되고 보니 이 작은 소읍에 꽤 유명한 것들이 많았다. 의병장 곽재우 장군과 18명의 의병의 넋을 담은 의병탑, 경남의 진산으로 불리는 자굴산, 해마다 철쭉제가 열리는 한우산, 신라시대의 고찰 유학사, 바위 속에 절을 세운 일붕사, 봉황대, 탑바위, 정암루(솥바위), 수도사, 백산 안휘제 생가, 삼성그룹 이병철 생가가 있었다.


누구나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자부심이란 자신의 삶에 필요한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 확립이기도 하다. 비록 나는 시집오면서 터전이 바뀐 사람이지만 내 아이들은 의령 토박이다. 의병장 곽재우가 태어난 고향을 가진 아이들은 곽재우 장군 한 사람만으로도 의령 인의 긍지를 느끼고 의령 인으로서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올해는 특히 의병 제 행사에 대한 의미가 깊다. <의병의 날>이라 하여 해마다 6월 1일이 공식적으로 국가 기념일로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의령 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지역마다 그 지역 문화에 맞는 축제가 있지만 나라사랑, 충효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의병제전 같은 축제는 귀하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던 의병의 넋을 기리는 날이란 의미만으로도 자라나는 어린 세대에게도 산교육이 되지 않을까.


올 봄에는 유난히 비가 잦다. 농부는 비가 잦아도 걱정, 가물어도 걱정이다. 농사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충익사에 가서 의병장 곽재우 장군과 열여덟 명의 의로운 의병의 영전 앞에 빌어볼까. 우리 고장 농부들 허리 펴질 수 있도록 날씨 조절 좀 잘 해 달라고.


오늘도 나는 고사리 밭에서 하루 일과를 마감했다. 비가 오는데도 고사리를 꺾어야 하는 것은 비 온다고 고사리가 자람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만 늦어도 어린 고사리는 쑥 자라 날개를 달아버린다. 날개 단 고사리는 상품이 될 수 없다. 의령의 촌부로 살면서 상품성 좋은 고사리를 만들어 손님에게 파는 것도 의령의 이미지를 돕는 작은 일이 아닐까. 자기 본분을 잃지 않고 사는 일, 그것이 바로 의령 인으로 사는 일이고 내게 주어진 삶이다.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1년 07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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