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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과 전쟁, 두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우리 가족은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 놓았습니다”

구철희 여사, ‘추모 글’ 낭독

“나는, 독립군의 딸입니다.
그렇게 불릴 수 있었던 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랜 세월 흐른 뒤였습니다”

“아버지 훈장 품고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술회

6·25 전쟁, 전장으로 떠나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오빠 구철용의 넋 기리기도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5년 07월 24일
나는, 독립군의 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불릴 수 있었던 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참으로 오랜 세월이 흐른 뒤였습니다.
어릴 적, 우리 집은 유난히 조용했습니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사라진 사람’, ‘위험한 이름’이라 불렀고,
우리는 그 이름을 입 밖에 내는 것조차 두려워해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독립을 위해 싸우셨습니다.
대한독립만을 바라보며 자신을 던지고, 의열단에 몸담아,
그 무섭고 힘든 시절을 온몸으로 견디셨습니다.
그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가세는 기울었고, 어머니의 눈물은 나의 유년 시절 전체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광복은 왔지만,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분단된 조국의 현실 속에서, 아버지는 완전하지 못한 독립을 아파하셨고,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셨습니다.
그리고…
해방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옥고 끝의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몇 해가 지나, 또 한 번의 전쟁이 터졌습니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아닌 아버지의 아들이자,
저의 오빠—구철용이었습니다. 6·25 전쟁. 오빠는 말없이 전장으로 떠났고,
전사통지서 한 장만이 어머니의 품에 남겨졌습니다.
그날 이후,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울기만 하셨습니다.
그 울음 속에서, 저도 함께 울며 살아왔습니다.
그 길로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가 어디에 잠들어 있는지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어머니는 끝내 눈을 감으셨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60년이 지나서야. 저는 오빠를 다시 만났습니다.
국립서울현충원. 오빠는 그곳에 조용히,
국가를 위해 생을 바친 한 사람으로 안장되어 있었습니다.
그 긴긴 세월 동안, 저는 가슴이 너무도 시렸습니다.
아버지, 오빠, 어머니…
우리 가족의 아픔은 나라를 잃은 아픔이었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상처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마지막으로 고향을 향합니다.
이제는
그 이름들을 당당히 부를 수 있기에. 아버지, 구여순. 어머니, 이악지.
오빠, 구철용. 독립의 길과 전쟁의 길. 그 두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조국의 사람들’이었습니다.
93세.
나는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버지의 훈장을 가슴에 품고, 아버지와 오빠의 묘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이제야 말합니다.
“우리 가족은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았습니다.”

2025년 07월 18일 구여순의 장녀 구철희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5년 0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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