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유모차 낀 서울지하철 수십m 운행
“모성애에 나도 모르게 도와 모두들 무사해 하나님께 감사” 타박상 입고 10일 동안 입원 용감한 시민상 수여 추진돼
지난 10일 서울 지하철에서 갓난아기를 태운 유모차가 전동차 문틈에 낀 채 수십 미터를 끌려갔던 사고에서 도움을 준 주인공이 의령 출신 이희숙(60)씨로 뒤늦게 밝혀져 화제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16일 서울의 한 향우가 이날 사고 때 도움을 준 사람이 의령교육청 박경수 교육장의 처제라는 전화 제보에 따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사고는 지난 10일 오전 11시쯤 서울지하철 3호선 양재역 승강장에서 교대역 방향으로 가던 전동차에 승객 이모(30)씨와 이씨가 끌던 유모차가 전동차 문에 끼인 채 30m 가량 끌려갔던 것이다. 다행히 아기는 다치지 않았지만 어머니 이씨와 이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이희숙씨는 타박상을 입고 병원에 치료를 받은 후 지난 19일 병원에서 퇴원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0일 이후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졌으며 12일에는 미국 주요 방송사들이 서울에서 발생한 지하철 유모차 사고를 저녁 메인 뉴스 시간에 주요 뉴스로 일제히 보도하기도 했다. 또 15일 저녁 MBC 화제집중에서는 사고로 인한 안전사고 불감증에 대해 보도했다.
미국 NBC와 CBS, 폭스 등 공중파 방송사들은 이날 지역 뉴스 리포트에서 폐쇄회로 화면에 잡힌 사고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유사한 일이 뉴욕 등 미국의 지하철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며 시청자들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CBS뉴스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는 없다”면서 “지하철을 잡으려고 닫히는 문 사이에 유모차를 끼워 넣어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기자는 16일 현재 타박상을 입고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이씨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이씨는 “각종 언론 매체에서 많이 이야기를 해 얼떨떨하다”며 “삶과 죽음의 시간 속에서 하나님께 천사 같은 아기를 살려달라고 소리치고는 기절했다. 아기도 나도 살았다.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사건 당시 나도 모르는 모성애로 아이와 엄마를 돕게 됐다. 아기가 전동차 문 미닫이에 끼어 아기 엄마에게 아기를 우선 빼내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고로 용감한 시민상을 받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소식을 들은 이씨의 형부인 의령 교육청 박경수 교육장은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는 놀랐다”며 “의령에서 교사 생활을 할 때도 활발한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을 돕는 기질이 있었다. 의령여중 교사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도 했다. 그 당시 제자 중 처제 뒤를 이어 현재 의령여중 교사로 재직 중인 제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는 고향 의령에서 의령여중·고에서 체육, 무용교사로 6∼7년 근무했으며 현재 서울에서 강남 리무진 무용단장, 대청스포츠 댄스 단장으로 프랑스 국제 무용초청공연, 프랑스 양로원 위문공연 등을 통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최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