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주목받았으면 하는 부모들의 바람은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다. 먹고사는 것, 잘사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았던 60∼70년대 경제 성장기에는 부모들의 바람이 대부분 비슷했다. 국가고시에 합격하여 판사나 검사, 변호사가 되길 바라고, 책을 끼고 사는 학자의 길로 들어서기를 희망하는 것이 사회의 분위기였다. 지금도 여전히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부모가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적성과 상관없이 영재교육에 관심이 높고, 겨우 목을 가누는 아이에게 알파벳을 들이밀거나 장시간 영어 비디오를 틀어주기 일쑤이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해보면 아이가 공부 잘하기를 바라는 이유는 아이가 ‘잘 살기를’,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 시대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변화’가 화두인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교육이 문제’라고 이야기들 한다. 이는 교육을 수용하는 부모의 생각이나 자세가 아직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교육을 위해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다. 모든 인간은 나름대로의 고유한 색깔을 지닌 지능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사람의 지능을 판단하는 기준은 바로 지능 지수 즉, IQ가 유일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IQ만으로 아이의 능력을 정확히 단정할 수 없고 IQ라는 수치로는 잘 나타나지 않는 잠재 능력이 있다고 한다. 아이가 가진 지능이나 능력을 한 가지로만 재단하지 않는 것이 ‘다중 지능’이다. 누구에게나 크게 8가지로 나뉘는 다중 지능이 있다.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교수가 만들어낸 다중 지능 이론에서는 IQ나 EQ가 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없고 누구나 여러 가지 재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갖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무지개처럼 인간의 소질, 적성, 능력을 드러내주는 재능 역시 8가지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다. 언어 지능, 음악 지능, 논리수학 지능, 공간 지능, 신체운동 지능, 인간친화 지능, 자아성찰 지능, 자연친화 지능이 바로 그것이다.
언어 지능이 발달한 아이는 글이나 말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런 능력을 발달시키면 시인, 소설가, 정치가, 방송인 등이 될 소질이 다분하다. 가락, 리듬, 소리에 민감하고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다루는 데 남다른 관심이 있다면 음악 지능이 뛰어난 아이로 악기 연주나 성악, 작곡에 재능이 있다. 논리수학 지능은 수학이나 사회 현상 등 여러 가지 대상에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는 능력이다. 과학자, 회계사, 법률가,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의 직업이 여기에 속한다.
공간 지능이 발달한 아이는 공간적인 기억력이나 창의성이 뛰어나고, 시각적인 기억력과 상상력도 잘 조화되어 조종사, 디자이너, 건축가가 될 재능이 있다. 춤이나 운동 등을 쉽게 익히고 창조하는 재능이 있는 아이는 신체운동 지능이 발달한 아이로 무용가, 운동선수로 능력 발휘를 할 수 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줄 아는 자아성찰 지능이 발달한 아이는 작가, 종교인, 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인간친화 지능이 발달한 아이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 교사, 상담가, 정치가, 사업가 등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자연친화 지능이 발달한 아이는 과학자, 식물학자, 동물학자로 자신의 재능을 키울 수 있다.
다중 지능이 무엇인가 이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아이가 타고난 능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것이다. 다중 지능에 따라 능력을 키워준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적성을 살린 교육이다. 아이의 적성을 제대로 살리려면 아이가 어떤 분야에 뛰어난지 발견하는 것이 우선이다. 어린아이의 능력을 발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관찰’이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잠재된 재능을 밖으로 표출시키는 것이다.
다중지능 계발을 위해서는 경험을 통한 오감 자극이 최고의 방법이다. 책이나 비디오, TV를 통해 나무·돌·바다를 알기보다는 직접 흙을 만져보고 파도를 맞아보면서 아이 스스로 터득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직접 나무를 심어보게 하고, 스스로 종이를 찢어보고 오려보게 하는 것이다. 학습보다는 경험을 통해서 오감을 직접 자극하고 감성을 키우는 것이 영유아 교육의 핵심이다. 그 속에서 아이가 관심을 보이고 재능을 나타내는 부분이 있다면 아이가 제 능력을 좀 더 발휘할 수 있도록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아이를 자연 속에서 자주 놀게 해야 한다. 자연물을 관찰하면서 관찰력을 키우고, 뛰놀면서 공간적 지능을 발달시킬 수 있다. 마음껏 뛰놀면 신체운동 지능은 저절로 발달하기 마련이다. 감성이 풍부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자연 속에서 아이 스스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뿐만 아니라 부모와 함께 경험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한다. 아이와 바깥 놀이를 많이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다중 지능도 노력해야 꽃을 피울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인내심과 지구력, 주의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4세 때부터 음악 신동으로 소문난 모차르트가 위대한 음악가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아버지의 엄격한 훈련이 뒷받침되어 있었다. 재능이라는 씨앗은 제 스스로 꽃을 피우지 않는다. 노력과 땀으로 이루어진 물을 주고 거름을 주어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고, 그에 맞는 자극을 주는 일이 중요하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문가’로 키워야 한다. 어느 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그것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또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아이는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아이의 잠재된 능력은 자유로운 사고 속에서 제대로 발휘된다. 어릴 때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 반드시 성공하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개구쟁이 소리를 듣고, 호기심이 많아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아이가 성공하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 아이가 자기 적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많이 경험하고, 놀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여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21세기 부모의 올바른 교육법이다.
다중 지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생활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언어 지능, 그림책은 가장 좋은 교재이다. 많이 보여주고 아이의 말을 항상 주의 깊게 듣고 그때그때 반응을 보여주어야 한다. 주변 사물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려준다. 신체운동 지능, 마음껏 뛰놀게 하고, 엄마 아빠와 함께 몸놀이를 많이 한다. 수학논리 지능, 숫자를 가르쳐주기보다, 같은 사물과 다른 사물을 분류하고 큰 것과 작은 것을 순서 짓는 것부터 알려준다. 조각을 찾아내는 간단한 퍼즐놀이를 하는 것도 좋다. 공간 지능, 산과 바다, 공원 등을 많이 접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다. 블록이나 찰흙을 이용해 무엇이든 만들게 하고 마음껏 낙서하고 그려보게 한다. 음악 지능, 물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많이 들려준다. 다양한 음악도 들려준다. 인간친화 지능, 양육자가 자주 바뀌지 않게 해 신뢰감을 형성하고, 또래와 함께 놀이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자아성찰 지능,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가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들어준다. 자연친화 지능, 산과 바다, 숲으로 자주 나간다. 동식물을 직접 키워보게 하며, 자연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단순한 지능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다중지능발달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