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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현고수 명상

아름다운 봉사

김종호(전 의령 부군수, 경상남도 도시교통국장, 현 마산대 외래교수)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3년 10월 05일











▲ 김종호
요즈음 농촌에는 연세 높은 어르신들만이 힘들게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객지 나간 자식들은 힘든 농사일은 하지 말고 편안히 지내시라고 하지만 한 평생을 하시던 일이라 힘닿는 데까지 농사를 지으시며 지내신다. 어찌 보면 그렇게 하시는 것이 오히려 소일도 하고 건강하게 지내는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아예 힘든 일은 하지 못한다. 논밭을 갈고 농약을 뿌리고 하는 일들은 젊은 사람들에게 부탁하여 농사를 지으신다. 그렇게 힘들게 농사를 지어 도시에 있는 아들·딸들에게 고추, 마늘, 양념과 쌀 등도 다 보내주신다. 그것이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님의 마음일 것이다. 그런 것 때문에 요즈음 농촌에도 택배 물량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또한 문전옥답에 농사를 안 지으면 잡초가 무성하여 여름이면 모기떼들이 극성이고 흉물스럽게 보일 텐데 콩도 심고 무, 배추도 심어 예쁘게 쑥쑥 자라나는 풍경을 보니 정말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필자도 그 동네 텃밭을 가꾸러 1주일에 한번쯤 들린다. 요즈음은 무, 배추를 심어 두어서 배추벌레도 잡고 하여 자주 들리는 편이다.


제가 가면 동네 할머니 2~3명이 우리 집에 놀러 오신다. 그런데 한 할머님이 이번 토요일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나는 이번 토요일에 무슨 일이 있어 객지에 있는 아들·딸들이 어머님 뵈러 오실 것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우연히 할머님이 기다렸던 토요일 새벽부터 텃밭에 가서 점심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할머님이 우리 집에 와계셨다. 12시쯤 할머님이 핸드폰을 받자마자 인사도 없이 급히 자기 집으로 가셨다. 나는 아들·딸 손자들이 왔나보다 하고 일을 계속하고 있으니까 30분이 경과되고 나서 다시 우리 집으로 와서 누가 왔습니까? 하고 물어보니 수도가 고장 나서 일주일 동안 어려움이 있었는데 새터양반 아들이 와서 고쳐 주어서 이제 수돗물이 펑펑 나오네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할머님은 새터집 아들 참 고맙다고 칭찬을 연발하시다 나는 할머님께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새터집 아들은 부산에서 회사를 다니며 아들·딸 키우며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란다. 그런데 그 아들은 토요일만 되면 연로한 어머님이 혼자 농사를 지으시는 고향에 와서 자기 농사일은 물론이고 동네 농사일 그리고 동네 고장 난 농기계 가전제품 등을 다 고쳐주고 일요일 늦게 귀가 한다고 한다.


새터집 아들은 기술이 뛰어나서 못 고치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만물박사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금요일이 되면 미리 전화하여 우리 집에 예취기고장, 아주머니 댁에는 전기고장을 신고하면 이야기를 듣고 부속품을 미리 구입하여 고향에 와서 토요일 아침 일찍 자기 농사일을 돌보고 나면 연장을 들고 동네 한 바퀴 돌아 다 고쳐준다.


필자는 장인장모님께서 사시던 오래된 집이라 청마루가 내려 않아 고치려고 무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고 약 1시간을 노력했지만 잘 고쳐지지 않아 고생을 하고 있는데 새터집 아들이 보고 들어오더니 전기톱과 기구를 가져다 단 10분도 안되어서 깨끗하게 고쳐준 적이 있다. 그러니까 그 동네 사람들이 토요일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지금 농촌의 실정은 아들·딸들이 도시에 가서 살고 연로한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새터집 아들처럼 주말마다 와서 농사를 지어주고 심지어 이웃의 어려움도 다 해결해 주는 분이 과연 있을까?


주말이 되면 일주일 회사일 하면서 쌓였던 피로도 풀고 가족과 집에서 편히 쉬고 싶을 텐데 말이다. 그 청년은 이제 토요일마다 고향에 와서 농사를 돌보고 동네 어르신들의 생활에 불편한 점을 해결해주는 것이 습관화 되어서 주말 고향에 오지 않으면 잠이 잘 안 온다고 한다. 매주 금요일이 되면 고향에 어머님과 이웃 어르신을 뵙고 농사일을 돌보러 간다고 설레는 마음으로 보낸다고 한다.


이웃집에서 고장 난 전화를 받으면 미리 부속품을 준비해 둔다고 한다. 물론 고쳐준다고 돈을 받는 것은 아니다. 새터집 아들의 어머님은 허리가 남들보다 유난히도 굽으셨다. 굽은 허리는 자식들을 위해 밤낮 농사일을 하신 탓이라고 아들은 말한다. 그러기에 더 더욱 와서 어머님이 하시는 농사일을 안 할 수 없다고 겸손한 말을 한다.


토·일요일 어머님과 하룻밤 자고 가면 일도 술술 잘 풀리고 1주일이 금방 지나간다고 합니다.


요즈음처럼 자기만 생각하는 지극히 이기주의 사회 특히 젊은 세대들의 부족한 효심과 경로효친 사상 미흡한 국가관이 문제다.


어려운 일을 아무도 안 하려고 하는 세상에 새터집 아들처럼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허리 굽은 어머님을 위해 주말마다 와서 농사일을 도우며 효심을 키워가는 분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효는 백행의 근본이라고 했듯이 새터집 아들이 하는 모습을 보고 그 아들은 따라 배울 것이다. 새터집 아들처럼 효를 몸소 실천하고 이웃의 어려움을 찾아서 해결해주는 아름다운 봉사자가 있기에 올해도 내년에도 변함없이 풍년 농사가 이어질 것이다.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3년 10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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