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19 22:27:3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현고수 명상

누가 더 국민을 위할까

박래녀
편집국 기자 / 입력 : 2012년 11월 03일











▲ 박래녀
이 가을
, 첫 서리가 온다는 상강 즈음이다. 울타리 가에 철 늦은 호박 한 포기가 싱싱하다. 심은 적도 없으니 자연산 똥 호박이다. 호박 넝쿨은 서리 오기 전에 마지막 본분을 다하겠다는 일념으로 부지런히 넝쿨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모든 것이 스러져 가는 가을빛 사이에 피어난 샛노란 호박꽃은 보기만 해도 속이 환하다. 호박 역시 한 줄기에 세 개나 달았다. 저 호박이 먹을 만큼 자랄 수 있을까.


날마다 호박의 크기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호박 세 개가 서로 키 재기하듯 탁구공만큼 자라더니 아래 위 두 개가 자람을 딱 멈추었다. 자람을 멈춘 호박새끼는 시나브로 시들어갔다. 사람 손이 가지 않아도 호박덩굴은 알아서 강하고 튼실한 것만 남길 줄 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택된 한 개의 호박은 마지막 남은 시간과 열정을 몽땅 쏟아 부어 자랄 수 있을까.


하지만 겨울로 가는 길목에 선 시간은 호박 한 개가 온전한 몫을 할 때까지 기다려 줄 아량이 없다.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 호박넝쿨은 하룻저녁에 무참히 짓밟혀 버린다. 풋풋하던 호박잎도, 호박도, 호박꽃도 한 순간 사라진다. 어디 호박만 그런가. 식물의 전반이 다 그렇다. 사람살이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요즘은 노인 평균 수명이 팔십이 넘는다지만 젊은 층이 더 많이 망각의 강을 빠르게 건넌다. 이런 저런 사고사가 하루에도 몇 건씩 뉴스를 장식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을 막을 재간은 없다.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면 인간의 욕망은 천수를 누리고도 더 누리고 싶어 할 테니까.


마침 선거철이다. 갑론을박을 하고 있는 대통령 후보들 간의 치열한 경쟁을 본다. 소소한 사적인 비밀이나 치부까지 들추어내어 만인에게 공개 된다. 그렇게 해서 대통령이 되어도 국민의 입방아를 면할 방도는 없다. 정치를 잘 했니, 못 했니, 하루에도 수십 번 도마 위에 올라 횟감이 되고, 죽었다 깨는 것이 정치인의 이름 아닌가 싶다. 정치인은 국민에게 욕을 많이 먹어 오래 살 거라는 우스개도 예삿말이 되었다. 이번에는 누가 대통령이 될까.


자연산으로 태어난 철늦은 호박 한 개가 제대로 여물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땅속의 영양분을 최대한 빨아올릴 수 있는 힘이다. 그 힘은 따뜻한 햇볕과 영양분이 골고루 든 적당한 수분이다. 하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호박넝쿨이 무성해지기도 전에 서리는 사정없이 내릴 것이고 저 싱싱한 호박잎도, 아름다운 호박꽃도 무참히 익어버릴 것이다. 저 아까운 걸 어쩌나, 애석해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호박을 위해 따뜻한 비닐하우스를 지어 줄 능력 없으면 애석한 마음조차 호박을 위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호박넝쿨을 탓하면서 내가 위로받는 방법은 있다. 호박넝쿨이 온전한 자람을 펼치려면 봄철에 태어나 뜨거운 여름을 치열하게 살다가 가을에 누런 오살 몇 개 남기고 거름으로 돌아가는 일인데. 너는 제 철을 잊고 가을에 태어난 죄라고.


우리 집 호박넝쿨과 달리 제 철이 된 선거 철, 누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든지 서민 경제에 햇볕을 줄 수 없다면 국민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를 향해 질타를 해댈 것이고 상위 1% 국민을 제외한 국민의 삶은 철 늦은 호박새끼처럼 배배꼬이면서 시들어갈 것이다. 제발 오살 하나 실하게 키워 낼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 선택은 내 손에 달려 있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정확하게 판단하자. 누가 더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할 수 있는 능력잔지 눈 크게 뜨고 정확하게 짚어보자.

편집국 기자 / 입력 : 2012년 11월 03일
- Copyrights ⓒ의령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의령군 2024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 사업 73건 88억여 원 무더기 삭감..
2024 의령 전국 분경야생화 작품전시회 18일 개최..
2024. 의령 중등 교감 자유학기제 및 고교학점제 운영 역량 강화 연수 개최..
사천의 관광 히어로 “국제적인 서커스 보러 오세요”..
칠곡초, 유·초연계 이음학기 과학의 달 행사 실시..
의령소방서, 소화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홍보..
지정초,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 개최..
제22기 의령군노인대학 입학식… 70명 입학, 총 24주 학사일정 돌입..
의령소방서, 공사장 용접·용단 불티로 인한 화재 주의 당부..
의령군, 2024년 제2회 안전관리위원회 개최..
포토뉴스
지역
의령홍의장군축제 시작부터 화려하네...성공 기대감 물씬 18일~21일, 서동생활공원 일원 개최 19일 개막식...‘난세의 영웅’ 드론멀티쇼..
기고
장명욱(의령군 홍보팀 주무관)..
지역사회
부부동반 32명 참가, 안동 월영교 하회마을 순방..
상호: 의령신문 / 주소: 경상남도 의령군 의령읍 충익로 51 / 발행인 : 박해헌 / 편집인 : 박은지
mail: urnews21@hanmail.net / Tel: 055-573-7800 / Fax : 055-573-78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아02493 / 등록일 : 2021년 4월 1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종철
Copyright ⓒ 의령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4,187
오늘 방문자 수 : 3,480
총 방문자 수 : 15,607,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