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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와 의령골짝쌀

김복근(거제교육장․문학박사)
편집국 기자 / 입력 : 2012년 08월 17일











▲ 김복근
간혹 주례를 한다
. 사양을 해보지만, 제자나 동료, 친구들이 부탁하는 데는 별 도리가 없다. 결혼이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정식으로 부부관계를 맺는 일이다. 주례는 그 중요한 자리의 증인이다. 쉽게 한다고 나서기도 어렵고, 안한다고 사양하는 일 또한 여간 어렵지 않다. 어영부영하다보니 적지 않은 주례를 보게 됐다. 그때마다 걱정을 한다. 나름대로 금기를 하면서 대상에게 적합한 맞춤식 주례를 하기 위해 정성을 쏟는다. 주례사도 같은 내용으로 하면 자기 표절이라는데, 매번 새로운 내용을 준비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지난 오월이다. 다문화센터에서 합동결혼식 주례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외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왔는데, 혼례를 올리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합동결혼식을 한다는 것이다. 꿈과 희망을 안고 한국으로 시집을 왔을 텐데, 혼례도 치루지 못했다니 안타깝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수락을 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무슨 말로 어떻게 주례를 해야 할지 걱정이 됐다. 아직은 한국어가 서툴 신부들에게 미주알고주알 해봤자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 한글쓰기 과제를 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첫 동시집 손이 큰 아이가 나왔을 무렵이다. 책에다 사랑을 창조하라.”라는 당부와 함께 신랑신부의 이름을 쓰고, 사인을 했다. 주례를 하는 날, 서두에서는 일반적인 축하 인사말을 하고, 본론에 들어가서는 동시집을 선물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동시집에 나오는 시를 필사해오면 쌀을 20씩 선물하겠다고 했다. 신랑까지 해오면 40을 주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하객들이 박수를 쳤다. 참 좋은 아이디어라는 말들을 하기도 했다.


한 달여가 지나가는 어느 날, 다문화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필사를 해온 부부가 있다는 것이다. 쌀값에 대한 부담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정성스레 쓴 흔적이 역력했다. 틀린 글자는 거의 없었고, 글씨도 반듯반듯한 게 꽤 잘 썼다. 한글을 배우고 익히면서 한국 쌀로 밥을 해먹고, 하루빨리 한국인으로 동화하기를 비는 마음으로 윤재환 시인께 부탁하여 의령골짝쌀 20두 포대씩을 택배 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일부 젊은이들이 혼례를 치루기 어려워졌고, 외국인 여성들과의 혼례가 빈번해져 다문화가정을 이루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제도와 사회적 인식문제는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언어소통이다. 사실 한글을 모르는 엄마에게 양육되는 아이가 한글을 배우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문화가정의 젊은 엄마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익히게 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주변에서라도 이들에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례는 꽤 의미가 있었다. 신부가 주례의 동시를 필사하면서 한글을 배우게 되고, 또 그 자녀들이 한글을 알게 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뒤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신부가 동시를 필사하게 되자 신랑이 더 좋아했다고 한다. 잘 모르는 말이 나오면 무슨 말이냐고 묻게 되고, 즐겁게 가르쳐 주다보니 덤으로 부부애까지 생겼다며 싱글벙글 하더라는 것이다. 상으로 주는 쌀값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주례라면 앞으로도 사양할 수 없을 것이다.

편집국 기자 / 입력 : 2012년 0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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