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3-29 01:52:14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향우기고

살아야 하는 이유

서재진(미래인력연구원 원장)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4년 01월 11일











▲ 서재진
두어 주일 전에 자기 아들 결혼식에 주례를 서 달라는 고등학교 친구의
강요에 못 이겨 꽤 신경 쓰이는 일을 하게 되었다. 주례사에서 무슨 말을 할까를 생각하다가 금방 강상중 교수의 책 살아야 하는 이유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인생이란 삶이 요구하는 것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구절이 그것이다. 결혼생활에서 사랑이란 배우자와의 공동의 삶이 요구하는 것에 책임을 지는 것이며, 그러한 사랑을 다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요지로 주례사를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강상중은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되었고, 현재는 일본 세이가쿠인(聖學院)대학 학장(한국의 총장)으로 있는 인물로, 이전의 책 고민하는 힘으로 일본 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의 후속 책 살아야 하는 이유에서 강상중은 아들의 죽음, 그리고 이어 일어난 3·11 대지진과 원전 사고로 절망에 빠진 자신과 일본인들에게 산다는 것의 의미와 살아야 하는 이유를 탐구했다.


살아야 하는 이유란 삶이 요구하는 것에 응답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강상중 교수의 이 강력한 말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의 저자 빅터 프랭클의 말에서 원용한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를 인지하는 것”(p. 138.)이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다. 사회적 책임이 인간의 존재이유라는 말이다.


강상중이 이렇게 새삼 사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배경은 현대 일본인들, 특히 젊은 세대의 문제는 자기 찾기 과잉의 상황에 있다고 본다. 르네상스 이후 서구의 근대사상이 낳은 개인주의가 동양사회, 일본 사회에도 확산되어 공동체적인 동양적 세계관을 대체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자의식의 과잉이라고 본다. “자아, 자기본위, 자각심, 자의식 (self-consciousness), 개인주의, 또는 자기 자신이라는 말로 표현한 적도 있는 자의식은 인간이 문명 안에서 획득한 예지이기도 하지만 양날의 칼이기도 해서 인간에게 커다란 불행을 초래하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자기답게 살고 싶다, 자신에게 충실한 인생을 살고 싶다, 베스트 원(Best one)이 아니라도 좋으니 온리 원(Only one)이고 싶다는 삶의 스타일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사회적 연결로부터 분리시켜 자의식의 감옥에 가두고 우울과 자살의 충동에 빠지게 한다고 강상중은 지적한다(p. 90). 왜냐하면 온리 원이 될 수 없는 자신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절망하기 때문이다. 자의식 과잉으로 인해 불행해진 그들에게 강상중은 다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말한다. “삶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에 응답하고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강상중 교수가 일본 사회에서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이 자의식 과잉의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문제이다. 우리사회의 자의식 과잉의 문제, 자기본위주의도 만만치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강상중 교수가 강조하는 자의식 과잉의 문제와 대극적인 문제도 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어느 사회든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부여한 페르소나에 집착하여 타고난 자기(self), 본래의 자기, 내면의 근원적 자기를 잊고 있기 때문에 정신적 해리 또는 신경증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이다. 남성들은 직장에서의 페르소나 (사회적 역할), 여성들은 가정 내에서 어머니와 아내의 페르소나에 집착하여 본래의 자기를 억압하고 심리적 공황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 양자 중에서 어느 쪽 문제가 더 큰 문제이고 더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든 이러한 양극적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자의식 과잉으로, 어떤 사람은 페르소나에의 집착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은가? 강상중 교수의 책은 그 양극 중의 한 문제를 치밀하게 천착하고 해법을 모색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의 일상의 삶에서 강상중 교수가 제기하는 살아야 하는 이유를 질문으로 던져볼 수 있는 상황이 많을 것 같다. 자유와 독립과 개인주의가 성장의 끝인 줄 알거나 사회적 연결과 상호의존성이 인간사회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경우나, 자신의 인생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이나, 자의식 과잉으로 신경과민인 사람들이나, 인간존재의 본질을 되돌아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4년 01월 11일
- Copyrights ⓒ의령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오민자 의령군의회의원 ‘경상남도 의정봉사상’ 수상..
의령교육지원청, 권역별 공유교육의 첫 발을 내딛다..
제245회 경남시ㆍ군의회 의장협의회 정례회 의령군에서 열려..
2024 경남 관광박람회」의령군 관광홍보관 성황리 운영..
부자1번지 의령군, 농업인대학 힘찬 출발!..
기강 댑싸리·둑방 벚꽃...의령군 소규모 마을축제 `풍성`..
의령군, `연료비 절약` LPG 저장탱크 보급사업 추진..
대한민국 부자 1번지 의령 솥바위 엠블럼 공개..
송진호, 한국문화유산 명장 선정..
의령 가례 밭미나리 축제 종료...밭미나리 완판 행진..
포토뉴스
지역
우서영 1번 더불어민주당 · 박상웅 2번 국민의힘..
기고
김종호(전 의령 부군수)..
지역사회
회장 이문두·권순주 이·취임 권쾌상, 문경철, 배경애 향우에게 본회 감사패 이문두 이임회장에게 재경의령군향우회장 감사패..
상호: 의령신문 / 주소: 경상남도 의령군 의령읍 충익로 51 / 발행인 : 박해헌 / 편집인 : 박은지
mail: urnews21@hanmail.net / Tel: 055-573-7800 / Fax : 055-573-78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아02493 / 등록일 : 2021년 4월 1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종철
Copyright ⓒ 의령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9,786
오늘 방문자 수 : 854
총 방문자 수 : 15,484,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