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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 정겹고 따뜻한 단어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5년 05월 08일

 


가족, 그 정겹고 따뜻한 단어


                                   


                                        문남선(시인·수필가)












문남선(시인·수필가)


 


5월은 일 년 중 가족과 관련된 행사가 가장 많은 달이다. 그런 연유로 우리는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각 가정의 새싹이자 희망이며 미래 사회의 주역인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날도, 사랑과 정성으로 자녀들을 키운 부모님을 위한 어버이날도 5월이 담고 있다.


우리는 가까이 있기에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살며, 또 상대방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채 지나치며 사는 경우가 많다. 하여 이런 기념일을 통해서라도 서로 잊고 있었거나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다시 한 번 전달하고 되새김질하는 계기로 삼는 일 또한 중요한 일일 것이다.


올해는 근로자의 날(51)이 금요일이었다. 아직도 근로자의 날에 정상 근무를 하는 직장이 많겠지만,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남편이 쉬는 날이라 모처럼의 황금연휴를 기해 우리는 충청도로 23일의 여행을 떠났다. 휴게소나 관광지마다 행락 차량과 인파로 활기가 넘치고 특히 콘도는 가족 단위의 여행객으로 붐볐다.


 


충북 제천을 지날 무렵, 이정표 속의 제천이라는 지역 명을 본 순간 기억 속에 강하게 각인된 한 사람이 생각났다. KBS 방송의 시사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프로에 소개 되었던 44살 해외 입양인 루크(luke)씨였다.


영상물에서 그의 나이가 44살 이라고 표기되었지만, 사실은 루크씨 본인도 자신의 정확한 이름과 나이를 모른다. 단지 그가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1972(4살 무렵) 충북 제천읍 신월리에서 미아로 발견되어 미국으로 입양되었다는 사실뿐이다.


그는 미국의 목사 가정에 입양되어 대학을 나오고 광고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며 풍요로운 생활을 누렸던 사람이다. 하지만 40여 년을 지낸 미국을 떠나 친부모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신이 처음 발견된 장소인 제천에서 2년째 생활하고 있다. 그의 아내 제인씨 역시 혈육을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된 미래가 밝은 여성이었다.


부부는 틈만 나면 시장이나 터미널 같은 사람들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매서운 겨울 날씨를 무릅쓰고 전단지를 돌리고, 경로당을 찾아다니고, 자신의 사연을 알리기 위해 전국노래자랑에 도전하고, 가족 찾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친부모를 찾는 일에 쏟고 있었다. 방송으로 전해지는 그 안타까운 사연을 보며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었다.


 


그럼 루크씨가 왜 그토록 친엄마를 찾기 위해 먼 미국 땅에서 평탄한 미래를 접고, 제천까지 와서 그런 고생을 선택 했을까?


그 이유를 묻는 인간극장 제작진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 삶에서 뭔가 빠진 것 같았어요. 그게 어렸을 때부터 생긴 문제라는 것을 알았죠, 하지만 외면해왔어요. 제 양부모와 가족은 항상 저를 사랑해 주었고 저 또한 그분들을 사랑했기에 그 균형을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 또한 피할 수없는 운명이에요.”라고. 그리고 그는 멀리, 그리고 높이 날고자 할 때마다 자신의 뿌리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가 뒷덜미가 잡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 제인씨 역시 백인이 대부분인 미국의 동부 지역에서, 어린 시절 피부색이 다르고 입양아였다는 사실로 많은 멸시와 고통을 받았던 아픈 추억의 소유자다. 하지만 운 좋게도 23살에 한국의 생모를 찾으면서, 자신이 버려졌었다고 믿으면서 입은 깊은 상처와 오해가 풀리는 순간, 오랜 시간 그녀를 괴롭혔던 강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고 했다.


우리는 여기서 가족, 또는 가정이라는 단어가 주는 형언하기 힘들 정도의 깊고 오묘한 큰 힘을 엿볼 수 있다. 아마 그 프로를 시청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애타는 마음이 꼭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우리는 가족이란 공동체가 한 인간의 삶을 다양하게 변화 시킬 수 있으며, 그 변화에 의해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 수도, 또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5월을 계기로 가족 간의 사랑을 더욱 돈독히 나누고, 그 마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각자의 가정을 화목한 둥지로 가꾸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하나 더, 꼭 집고 넘어가야 할 일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제2, 3의 루크씨와 제인씨, 그리고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들에 대한 문제다.


물질적인 분야에서는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 그런 만큼 정신적인 분야에서도, 이러한 가족의 해체로 인해 외로움과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크고 따뜻한 품과 손길을 내미는, 보다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5년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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