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20 10:42:18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기획특집

산불조심

문남선 (시인·수필가)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5년 04월 07일

현고수 명상


                              산불조심


                                           문남선









▲ 문남선 시인
(시인·수필가)


  겨울잠을 자던 벌레, 개구리 따위가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경칩(驚蟄)이 지나자 산과 들은 상춘객으로 붐비기 시작했다. 햇살마저 따스했던 3월의 토요일, 재경동문회의 시산제가 관악산에서 있던 날이다.
  집결지인 사당 역에서 일행과 함께 시산제 장소인 관음사 근방까지 걸어가던 중, 관악산 초입에 들어섰을 때다. 싱그러운 산 공기 탓인지 머리가 맑아지며 기분이 상큼해지는 느낌이었다. 산이 갖는 특유의 풋풋하고 상큼한 냄새에 몸도 마음도 날아갈 듯 가벼웠다. 이처럼 산은, 우리 모두에게 일상의 찌든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건강까지 지켜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맙고도 소중한 대상이다.


  시산제를 시작할 때까지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기에 남편과 나는 근방의 국기봉까지 갔다 올 생각에 등산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의 8부 능선쯤 올랐을 무렵, 뒤돌아보니 눈앞에 펼쳐진 멋진 서울의 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다.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다가도 높은 지대나 또는 정상에서, 올라온 길을 내려다볼 때면 늘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에 감탄하곤 한다.
  그런데 곁의 소나무 밑에 떨어진, 족히 20 개는 넘을 것 같은 담배꽁초를 발견하고 그만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멋진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그 장소에서 아마도 단체로 담배를 피웠던 모양이다.
  땅 바닥엔 마른 소나무 잎이 꽤 두껍게 쌓여 있었는데, 약간의 불씨라도 남은 꽁초라도 있었다면 어찌될 뻔 했을까? 건조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감당할 수없는 대형 산불로 이어졌지 않았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었다.
  만약 불이 났다면 해발 500M가 넘는 고지대인지라 사람에 의한 화재진압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고, 설령 화재 진압 팀이 온다고 해도, 도착하기도 전에 산은 이미 돌이킬 수없는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은 소방 방제청의 헬기에만 의존해야 할 상황일 텐데 그 넓은 지역을 헬기인들 무슨 수로 화재진압을 하겠는가.
  우리는 가끔 땅이 넓은 호주나 미국 등지에서 일어나는 대형 산불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가 있다. 기세등등한 화마 앞에서 언감생심(焉敢生心) 화재 진압은 생각조차 못하고 그저 비나 눈이 내리기만을 학수고대하며 하늘의 처분만을 바라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참혹하고 엄청난 재난의 현장을 누구나 떠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을 생각해보니 오히려 그 많은 담배꽁초를 버리고도 대형 산불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일이 오히려 천운이지 않았나 싶다.
  요즘은 대부분의 지역에 건조 주의보가 자주 내려지고 건조특보도 발생된다.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산불 소식을 접할 때가 많다. 우리 모두 산불 조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겠다.
  그런데 이런 산불은 생각 없이 쓰레기를 소각하거나 페기농산물을 소각할 경우, 또는 간혹 정신 나간 사람의 실화로 일어날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등산객들이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가 화근인 경우가 많다.


  자연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는 최소한 반세기 이상이 소요된다. 그런데 이런 어이없는 실수로 우리 모두의 공동자산인 소중한 자연이 훼손된다면 얼마나 돌이킬 수없는 안타까운 일이 되겠는가?
  우리의 선대로부터 물러 받은 소중한 유산을 잘 가꾸어내지는 못할망정, 짓밟고 망가뜨리는 꼴이니 이 역시 후손들에게 큰 빛을 남겨주는 꼴이 아니겠는가. 뿐인가. 자연 속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동물들의 삶마저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격이니 그 죄 또한 적지 않다.
  사계절 어느 때라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조심해야할 일이다. 그리고 산에서 담배를 피우는, 그런 비이성적인 행동 자체를 아예 삼가해야할 일이다.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5년 04월 07일
- Copyrights ⓒ의령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의령군 2024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 사업 73건 88억여 원 무더기 삭감..
2024 의령 전국 분경야생화 작품전시회 18일 개최..
2024. 의령 중등 교감 자유학기제 및 고교학점제 운영 역량 강화 연수 개최..
사천의 관광 히어로 “국제적인 서커스 보러 오세요”..
의령소방서, 소화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홍보..
지정초,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 개최..
제22기 의령군노인대학 입학식… 70명 입학, 총 24주 학사일정 돌입..
의령군, 물 공급 `주민 동의`는 당연...환경부 문건에 못 박아..
의령소방서, 공사장 용접·용단 불티로 인한 화재 주의 당부..
부산 의향회 항려(伉儷) 봄 여행..
포토뉴스
지역
의령홍의장군축제 시작부터 화려하네...성공 기대감 물씬 18일~21일, 서동생활공원 일원 개최 19일 개막식...‘난세의 영웅’ 드론멀티쇼..
기고
장명욱(의령군 홍보팀 주무관)..
지역사회
부부동반 32명 참가, 안동 월영교 하회마을 순방..
상호: 의령신문 / 주소: 경상남도 의령군 의령읍 충익로 51 / 발행인 : 박해헌 / 편집인 : 박은지
mail: urnews21@hanmail.net / Tel: 055-573-7800 / Fax : 055-573-78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아02493 / 등록일 : 2021년 4월 1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종철
Copyright ⓒ 의령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3,716
오늘 방문자 수 : 1,848
총 방문자 수 : 15,609,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