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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양함대(北洋艦隊)의 교훈

남택진 경영학 박사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0년 07월 18일












▲ 남택진
최근 중앙일보의 군 개혁관련 기획기사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실렸다. ‘익명을 요구한 방위사업체 관계자는 “군 관계자들의 요구를 들어보면 장비의 전투력보다는 규모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 ‘겉은 그랜저인데 속은 포니’인 현상이 생긴다”며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의 무기고는 비어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태와 이어지는 안보기강 해이에 대한 국민적 걱정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 기사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건설한 우리나라의 대양 해군에 대한 적지 않은 실망감과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 주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이에 필자는 과거 청나라가 야심차게 건설하였으나 청일전쟁에서 일본 해군에 완패를 당하고 해체된 북양함대(北洋艦隊)의 사례를 통해 우리 해군의 문제점을 짚어 보고자 한다.


청일전쟁은 1894년 당시 모순적인 사회구조에 대한 저항운동이었던 동학농민혁명을 조선 정부가 자력으로 진압하지 못하고 청나라에 군대 파병을 요청하면서 발발하게 된다. 역사 이래 세상의 중심이었고 아편전쟁으로 서구 열강의 위세에 눌려있기는 했지만 적어도 당시까지는 동아시아와 중화(中華)세계의 맹주로서 자부하던 중국의 위상을 단번에 추락시키게 된 계기가 바로 청일전쟁이다. 이 전쟁은 1894년 7월 25일 우리나라 서해안의 아산만 근처 앞바다에서 일본 해군이 청나라의 함대를 기습 공격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청나라의 순양함 1척과 포함(砲艦) 1척을 일본 함정이 함포로 공격하였고 이로 인해 청나라의 순양함은 피격 후 도주하고, 나머지 1척인 포함(砲艦)은 해안으로 올려졌으나 피격의 후유증으로 폭발하고 만다. 그리고 얼마 후 인근 해역에서 청나라의 수송함인 고승호(高陞號)가 역시 일본 군함의 포격을 받고 침몰 하였으며 침몰한 배의 승조원과 무장병사 1,000명은 전원 물에 빠진 상태로 일본 해군의 기관총 공격을 받아 사망하거나 익사하였다고 한다. (최근까지도 언론에서 자주 거론되는 태안 앞바다의 보물선이 바로 이 고승호이다.) 이렇게 시작한 청일전쟁은 몇 차례의 중요한 전투를 고비로 승패가 결정 나게 되는데 평양에서의 육전과 요동반도 근방에서의 해전, 그리고 압록강 전투와 만주에서의 전투가 그것이다. 요동반도 근방에서의 해전은 역사상 최초의 근대적 해전으로 일컬어지며 대규모 증기선 함대간의 해전이었다. 중국 해군은 이 해전에서 전력의 상당 부분을 상실하였으며 이후 여순에 건설한 북양해군기지마저 일본 육군에 점령되면서 사실상 해체되고 마는데, 이렇듯 청나라의 해군은 청일 전쟁기간 동안 한 번의 전과(戰果)도 없이 일본 해군에 철저히 당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그러면 왜 그렇게 당시 대국인 청나라의 해군이 무기력하게 패배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살펴보고, 현재 우리 해군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비교하여 유사점이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청일전쟁이 발발하기 10년 전인 18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베트남의 지배권을 두고 프랑스와 치른 두 번의 전쟁에서 패한 이후 청나라는 해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한다. 이른바 북양함대로 일컬어지는 청나라의 해군력은 4년 후인 1888년에 완성되었는데, 주요 전력을 살펴보면 독일에서 도입하였으며 당시로서는 최대급인 7335톤급(현재 우리나라의 최대 전투함인 이지스 세종대왕함은 7,600톤이다.) 전함 2척을 주력으로 하고 최신형 순양함과 어뢰정 등 50여척의 전함으로 구성되어 함대의 총 규모가 5만톤에 달하고 이는 당시 일본의 해군력을 압도하고도 남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북양함대의 비극은 해군력 증강이 부두건설이나 대규모 함정 구입 등 외형 갖추기만으로 끝이 났고, 이후 함대의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데 있었다. 당시 군부의 총책임자였던 이홍장은 서태후의 환심을 사기 위해 환갑선물로 이화원(頤和園)을 건설하였으며 이에 필요한 공사비를 북양함대의 운용예산에서 유용하였다. 국가의 안위를 보존하기 위한 국방예산을 일개 개인의 환갑 선물 경비로 사용함으로써 결국 대국의 함대는 고철에 불과한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말았으며, 아편전쟁 이후 기울어 가는 국가의 재건을 위해 절치부심한 많은 대의를 무시하고 순간의 개인의 판단과 욕심으로 말미암아 후일 청일전쟁에서 패하고만 것은 당시 중국 정부가 무지하고 한심한 집단의 도를 넘어서고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한편 북양함대 건설에 자극을 받은 일본은 1888년 이후 청나라와의 한판 전쟁을 염두에 두고 출발은 늦었지만 차근하게 해군력을 증강하여 청일전쟁 직전에는 총 톤수 6만톤의 전체 55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각 군함들은 최신의 무기들로 무장을 갖추었다. 전쟁 발발 당시 함정의 척수와 총톤수에서는 차이가 없었지만 선령(船齡)과 무장수준, 그리고 기동력 측면에서 양국 해군의 전력은 전쟁 전에 이미 승부를 결정지을 만큼 심각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아울러 청나라는 그 나마도 보유하고 있는 함포의 포탄조차 예산 부족으로 확보하지 못한 채 전투에 돌입했으니 실제 해전에서 일본이 승리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예산과 자원은 희소성으로 인해 항상 배분의 고민을 안을 수밖에 없으며, 그 사회가 처한 상황에서 번영과 존립을 위해 어떤 분야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추진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물론 우리나라의 군 예산 운용이 과거 청나라의 사례처럼 사리사욕으로 인한 중대한 우려점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엄청난 국가 재정을 동원하여 건설한 북양 함대가 예산 운용 방식과 전술상의 문제점으로 인해 제대로 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전멸해간 사례는 오늘날 우리 해군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비추어 시사하는 점이 많다. 육 해 공 각 군이 나눠먹기식 예산 운용을 하다 보니 서로 외양 갖추기에 급급하여 대규모의 사업에만 치중하고 실제 전투 수행에 필요한 체계적이고 세부적인 사업에는 무관심한 것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 된다. 앞서 언급한 기사에서는 한 척에 1조원을 초과하는 이지스함의 도입에는 적극적이면서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대당 10억원 가량인 소나의 성능 개량에는 무심하여 적의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군 예산 운용과 전력 수준의 문제점을 나타내는 좋은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많은 소들 중 한 마리를 부실한 외양간으로 인해 잃었더라도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외양간을 고치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소 잃고도 정신 못 차리고 집안싸움만 하고 있을 뿐 정작 외양간은 돌보지도 않는데 있다. 그렇게 되면 궁극에는 가지고 있는 소를 모두 잃게 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안위와 생명까지도 보존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하고 말 것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국민들은 불안한 심정으로 우리군을 지켜보고 있다. 북양함대의 비극을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천안함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참에 제대로 군 개혁을 완수하기 바란다.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0년 0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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